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20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담배업체 상대 손해배상 소송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업체를 상대로 50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재판장 홍기찬)는 20일 건강보험공단이 “폐암·후두암이 발병한 흡연자들에게 지급한 보험급여를 배상해달라”며 케이티앤지, 한국필립모리스,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BAT)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건강보험공단은 “2003∼2012년 담배회사들의 설계·표시상 결함 등으로 폐암(소세포암, 편평세포암)이나 후두암(편평세포암)에 걸린 담배 흡연자 3465명에게 보험급여 533억원을 지출했다”며 담배회사들이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2014년 소송을 냈다. 건강보험공단은 법정에서 “타르와 니코틴을 줄이는 방법으로 담배의 유해성을 낮추는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하지 않았고 담배 중독성의 심각함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광고 문구를 표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니코틴이나 타르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거나 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더라도 이를 하지 않은 것 자체를 설계상 결함으로 보긴 어렵다”며 “담배제조사들이 법률 규정에 따라 담뱃갑에 경고 문구를 표시하는 것 외에 추가적 설명이나 경고 표시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표시상 결함이 인정된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흡연과 질병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도 “위험인자인 흡연과 비특이성 질환인 폐암과 후두암 사이에 어떤 연구 결과 등이 시사하는 것과 같은 역학적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흡연과 질병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개연성이 증명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어 보험급여 지출 역시 건강보험공단 설립 당시부터 감수해야 하는 불이익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날 선고 뒤 김용익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1심 판결은 대단히 충격적이고 안타깝다. 공단은 그동안 담배의 명백한 피해에 대해 법률적인 인정을 받으려고 노력했으나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며 “항소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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