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인천공항 공항·항공·면세점 노동자 고용위기 대책회의 회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코로나 6개월, 인천공항·항공·면세점 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 발표 및 현장 증언’ 기자회견을 마친 뒤, 코로나 사태 뒤 생계 문제로 세상을 등진 승무원을 추모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모회사 직원들도 (합병 소식에) 떨고 있는데 그 밑에 있는 자회사 직원들은 오죽하겠어요.”(아시아나에어포트 직원 김아무개(42)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의 합병은 아시아나 자회사·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겐 ‘그들만의 거래’일 뿐이다. 이들이 느끼는 우려를 의식해 19일 정부와 대한항공 모두 “고용 보장”을 강조했지만, 노동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보면,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6곳의 직원 수는 아시아나항공 직원 수(9천여명)의 절반인 4500여명에 이른다. 코로나19 사태에 이어 합병 소식까지 전해지자, 아시아나 자회사 직원들 사이에선 “이제는 정말 일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항공 자회사와 업무 대부분이 겹치기 때문이다.
아시아나의 지상조업(급유·화물조업) 담당 자회사인 아시아나에어포트 직원인 김씨는 “(중복)노선을 정리하거나 재편하면 직접적인 영향이 올 수 있어서 고용 불안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며 불안해했다. 그는 “(합병 과정에서) 모회사 노조에 가려져 있다 보니 자회사들 목소리는 더 작아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직원 2200여명을 둔 아시아나에어포트는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약 1천명의 직원이 휴직한 상태다.
대한항공의 지상조업은 자회사인 한국공항주식회사가 맡고 있다. 하청업체가 처한 상황은 자회사보다 심각하다. 아시아나 비행기 청소를 담당하는 재하청업체인 아시아나케이오(KO)는 코로나19로 실적이 악화하자 직원 370여명 중 210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냈다.
아시아나케이오에서 항공기 청소 업무만 8년째 맡고 있는 조아무개(54)씨는 “직원들끼리 ‘조만간 실업급여 받아야 하는 것 아니야?’라는 말들이 돈다”며 “항공기가 줄어 거기(대한항공)도 노는 상황인데 우리를 다 데려가겠느냐”고 되물었다.
아시아나케이오 정리해고자들은 회사를 상대로 복직 투쟁을 이어가던 중 합병 소식을 접했다. 김정남 아시아나케이오지부장(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은 “갑작스러운 (합병) 발표에 복직 투쟁이 의미가 없어진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아시아나의 구조조정이 내년 4월 초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자회사·하청업체의 구조조정은 이보다 먼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합병은 필연적으로 인력 효율화가 필요하다. 본사 정규직 정도의 고용 승계는 가능하겠지만, 자회사·협력업체까지 그대로 데려가면서 합병을 진행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뒤에도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하에서 통합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도 이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산업은행의 한진칼) 투자합의 시에 자회사의 고용 안정을 확약했고, 통합 과정에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전원을 승계함으로써 직원 안정을 최우선으로 했다”고 밝혔다.
장필수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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