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의 산업폐기물매립장 건설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이 지난해 5월10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108배를 하고 있다. 서산산폐장주민대책위 제공
▶ 2020년 여름 한국에 닥친 유례없는 장마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게 했다. 호평받는 ‘케이(K)-방역’과 달리 ‘케이-안전’과 ‘케이-생존’은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지구적 감염병과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서 정부도 ‘그린뉴딜’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혁명적인 전환이 있어야 최소한의 미래가 보장될 수 있다’는 취지의 글을 녹색전환연구소가 5회에 걸쳐 연재(격주)한다. 이번이 마지막회.
2017년 한 증권사가 국내 폐기물산업 현황을 분석한 보고서를 냈다. 제목은 ‘님의 버림은 나의 행복’이었다. 쏟아져 나오는 폐기물 덕분에 막대한 돈을 벌고 있는 폐기물산업의 입장을 표현한 것이었다. 폐기물처리업체의 입장에서 보면 폐기물이 많이 버려질수록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얼마나 많이 버는 것일까? 올해 7월 몇몇 언론에서 ‘KKR이 의료·산업폐기물 전문업체 ESG·ESG청원을 8000억~9000억원대에 인수했다’는 보도를 했다. 이 기사는 국내 폐기물처리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들 기사에 나오는 KKR은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ohlberg Kravis Roberts)라는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다.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가 관심을 갖고 기업을 인수할 정도로 한국의 의료폐기물처리업은 ‘돈 버는 사업’인 것이다. 그렇다면 막대한 매각대금을 받고 KKR에 폐기물처리업체 지분을 판 쪽은 어디일까?
이에스지(ESG)·이에스지청원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가 KKR에 판 쪽은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Anchor Equity Partners)였다.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2016년 1800여억원에 이에스지·이에스지청원을 인수했는데, 4년 만에 5배 가격에 되파는 ‘대박’을 터트린 것이다.
이처럼 외국계 사모펀드들끼리 폐기물처리업체를 사고팔면서 막대한 차익을 챙기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계 자본인 맥쿼리도 2017년 영남권 최대의 폐기물처리업체인 ㈜코엔텍을 인수했다가 올해 4217억원에 매각했다. 매각금액은 투자금의 2.6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맥쿼리는 2016년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에서 산업폐기물 소각업을 하는 ㈜클렌코(전 진주산업)도 인수한 상태다.
해외펀드만이 아니다. 국내의 사모펀드들도 폐기물처리업체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폐기물처리업은 펀드들이 앞다퉈 눈독을 들이는 산업이 되었다.
폐기물처리업이 돈이 되는 이유는 뭘까? 국내 폐기물 관련 업체들은 ① 수집운반업체 ② 재활용업체 ③ 처리(소각·매립)업체로 구분된다. 수집된 폐기물은 운반되어, 재활용되거나, 소각·매립되는데 각각의 역할을 하는 기업들이 있는 것이다. 2018년 기준으로 수집운반업체는 7195개, 재활용업체는 5972개가 있을 정도로 그 수가 많다. 반면 소각이나 매각을 하는 처리업체의 수는 훨씬 적다.
의료폐기물을 소각 처리하는 의료폐기물 처리업체는 전국에 14개뿐이다. 사업장폐기물은 최종 매립을 하는 업체가 이윤을 많이 내는데, 전국에 일반사업장폐기물을 매립하는 곳이 34군데, 지정폐기물을 매립하는 곳은 22군데뿐이다. 지정폐기물은 사업장폐기물 중에서도 폐석면, 폐산, 폐농약처럼 유해성이 높은 폐기물들이어서 일반폐기물보다 매립 단가가 높다.
케이비(KB)증권은 2019년 ‘폐기물산업의 꽃은 처리업’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폐기물처리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4.4%로, 수집운반업 5.5%, 재활용업 4.4%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특히 매립장을 가진 업체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0%, 소각시설을 보유한 업체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6%에 달했다. 펀드들이 폐기물 소각·매립 업체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일단 인허가를 받기만 하면 많은 이윤 창출이 보장되는 사업인 것이다. 그래서 매입가격의 몇배를 받고 기업을 되파는 일도 가능하다.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는 신규 매립장 허가를 받으려는 업체들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막대한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보니 매립장 인허가를 받기 위해 업체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온갖 편법이 난무하는 이상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충남 서산시 지곡면 오스카빌아파트에 사는 한석화씨. 평범한 주부였던 한씨는 아파트에서 1.4㎞ 떨어진 ‘서산오토밸리 산업단지’에 들어서려는 산업폐기물매립장 때문에 3년 넘게 반대운동을 하고 있다. 이 산업폐기물매립장은 그 이전부터 추진되고 있었지만, 한씨를 비롯한 아파트 주민들이 알게 된 것은 2017년 5월이었다. 추진되는 산업폐기물매립장은 애초 매립용량 31만2200㎥로 계획되었다가, 2014년 132만4000㎥로 규모를 늘려 승인받았다. 폐기물도 일반폐기물 절반, 지정폐기물 절반을 반입하는 것으로 됐다. 매립용량을 늘릴수록, 지정폐기물 비율이 늘어날수록 업체는 더 많은 돈을 버는 구조였다.
상황을 알게 된 주민들은 주민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한석화씨는 대책위원장을 맡게 되었다. 구호 외치는 것도 익숙지 않던 그는 산업폐기물매립장에 대한 정보 공개조차 제대로 되지 않자, 2017년 12월 서산시청 앞에서 노숙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반대 주민들이 보기에는 거대한 산업폐기물매립장이 들어설 곳이 아니었다. 산업폐기물매립장 예정지에서 반경 3㎞ 안에는 학교 5곳과 여러 개의 유치원·어린이집이 있었다. 오스카빌과 같은 기존 아파트뿐만 아니라 1만가구 규모의 새 아파트도 지어지고 있었다.
한씨가 단식농성을 하던 중 모르던 정보를 알게 되었다. 산업단지 안에 설치되는 폐기물매립장과 관련해서는 지자체인 서산시·충청남도의 승인이 필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금강유역환경청의 ‘사업계획 적합통보’가 필요했다. 그런데 업체가 서산시와 충청남도로부터 승인을 받을 때는 ‘서산오토밸리 산업단지 내부에서 나오는 폐기물만 매립’하는 조건으로 승인을 받았는데, 금강유역환경청에 사업계획을 제출할 때는 외부 폐기물까지 받는 것으로 바꿔서 제출했던 것이다. 행정관청이 이원화되어 있는 것을 이용해서 승인조건에 어긋나는 내용의 사업계획서를 내는 편법을 쓴 것이다.
한석화 서산산폐장주민대책위원장이 2018년 8월20일 충남 서산시 읍내동 서산시청 앞에서 폐기물매립장 건설에 반대하며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서산산폐장주민대책위 제공
이런 사실을 알게 된 한씨는 열흘 만에 단식농성을 중단한 뒤 금강유역환경청에 적합통보 취소를 요구했다. 금강유역환경청이 적합통보 취소를 즉시 하지 않자, 한씨를 비롯한 반대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은 2018년 4월 세종시에 있는 환경부까지 6박7일 동안 도보행진을 했고, 환경부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였다. 결국 그해 5월 금강유역환경청은 폐기물처리업 적합 통보를 직권으로 취소했다. 서산시와 충청남도의 승인 조건과 다른 내용으로 업체가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는 게 이유였다. 업체는 이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행정소송이 진행되던 중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2019년 감사원이 갑자기 특정감사를 들고나온 것이다. 그것도 ‘산업단지 내부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만 매립하도록 한 것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감사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리고 2019년 12월 충청남도와 서산시에 ‘산업단지 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만 매립’하도록 한 조건을 삭제하라고 일방 통보했다. 폐기물관리법 25조 7항에서 폐기물처리업의 영업구역을 제한할 수 없게 되어 있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주민들은 감사원이 반대 목소리에는 귀를 닫고 일방적으로 업체 편을 들었다고 주장한다.
한씨는 지난 2월 또다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항의하고 서산시와 충청남도에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22일 동안 이어진 단식농성의 결과로, 서산시와 충청남도는 문제해결을 위한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기로 약속했다.
한석화씨의 얘기를 듣고 감사원 감사결과를 확인해보았다.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다. 2019년 12월 감사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지자체 주요 정책·사업 등 추진상황 특별점검’ 감사결과를 보면, 다른 사안의 경우에는 감사에 착수하게 된 경위가 나와 있다. 그런데 유독 서산오토밸리 폐기물매립장 건에 대해서는 감사 착수 경위에 관한 언급이 없다. 한씨를 비롯한 반대 주민들도 가장 의아해하는 것이 ‘왜 감사원이 이 사안에 대해 감사를 착수했는지’였다. 한씨는 “행정소송이 선고를 앞두고 있었는데, 갑자기 감사원이 개입한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한다.
지난 6월 대전지방법원 행정부는 1심 판결에서 감사원과는 다른 결론을 내렸다. ‘산업단지 내부에서 발생한 폐기물만 매립하도록 한 조건은 위법하지 않다’며 금강유역환경청의 직권취소가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업체가 항소를 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서산오토밸리 폐기물매립장 건은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폐기물 정책과 행정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서산오토밸리를 추진하고 있는 ㈜서산이에스티는 자기 돈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일까? ㈜서산이에스티의 2019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는 자본금 16억8300만원짜리 회사다. 농협은행 등에서 빌린 330억원과 25억원의 사채를 끌어들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허가만 받으면 큰 이윤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이렇게 빌린 돈으로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서산오토밸리 외에도 전국 곳곳에서 폐기물매립장을 추진하는 업체들과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근본적으로 보면, 폐기물 처리를 이윤만 추구하는 민간기업들에 맡겨놓은 탓이 크다. 폐기물을 공공처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환경부가 2019년 안양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권역별 폐기물공공처리장 설치·운영 타당성 연구’에서 연구진은 ‘민간처리시설의 처리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폐기물 공공처리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산오토밸리의 경우에도 주민들과 서산시, 충청남도가 민관협의체를 통해 공공운영 방안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사실 폐기물처리장의 공공운영은 완전히 새로운 얘기도 아니다. 1990년대까지 지정폐기물 공공처리장은 전국 다섯 군데에서 운영되었으나, 공기업 민영화 방침에 따라 2000년대 들어 민간에 매각되었다. 그 결과는 민간업체들에 의한 무분별한 이윤 추구였다.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위기를 고려해서라도 폐기물에 대한 공공관리를 강화하면서 양을 줄여나가야 한다. 2018년 국내 폐기물 하루 발생량은 총 44만6102t으로, 2013년 39만3126t보다 13.5% 증가했다. 전체 폐기물의 하루 발생량 중 생활폐기물은 2018년 5만6035t으로 12.6%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사업장폐기물(일반, 건설, 지정폐기물 포함)이다. 따라서 시민들이 가정에서 폐기물을 줄이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처리와 함께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도록 강제할 수밖에 없다.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자와 그 폐기물로 고통받는 자가 다른 상황에서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지금의 그린뉴딜은 너무 협소하다.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면 대량생산-대량소비-무분별한 폐기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없다. 그러려면 생산의 변화와 소비의 변화도 필요하지만, 마지막 단계인 폐기물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 폐기물 분야가 ‘많이 버릴수록 많은 돈을 버는’ 무분별한 이윤 추구의 장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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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 녹색전환연구소 기획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