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종로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마당에서 연 기자회견 자리에서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국내 석탄화력발전소 투자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기후미디어허브 제공
삼성그룹의 보험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고객이 납부한 보험료로 투자한 석탄화력발전소의 대기오염으로 30여년 간 최대 3만3000명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환경단체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케이비금융, 삼성물산 등 국내 기업들이 최근 신규 석탄사업 투자를 중단하는 ‘탈석탄 선언’을 내놓은 터라, 두 기업의 반응이 주목된다.
환경운동연합은 10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의 설명을 보면,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이 지금까지 투자한 국내 40기의 석탄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 물질로 연간 650~1060명의 조기 사망자가 나올 수 있고, 평균 31년의 가동 기간을 고려하면 조기 사망자 수는 최대 3만3000명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다.
이는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TA)가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실이 공개한 ‘
2020 한국 석탄금융 백서’를 기초자료로 활용해, 삼성생명 및 삼성화재의 투자를 받은 석탄발전소 40기를 대상으로 진행한 것이다. 대기확산모델을 이용해 석탄발전소에서 배출된 대기오염물질의 대기 중 확산을 시뮬레이션한 뒤, 이로 인한 대기오염농도 영향을 산정하고, 여기에 세계보건기구(WHO)의 질병 발생률 통계 데이터를 입력해 대기오염물질로 발생하는 각종 질병을 도출한 결과다. 이 모델링 방법은 하버드대 다니엘 제이콥 교수 연구진과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 연구진이 2017년 발표한 동남아시아 석탄발전소의 대기오염 건강피해 연구를 위해 공동 개발한 것이다. 석탄발전소의 대기오염물질로 발생하는 질병은 하부도기도 감염과 폐암, 뇌혈관질환, 허혈성심장질환, 당뇨 등이 있으며 이 연구엔 조기 사망에 이르는 질병만을 포함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석탄사업에 투자한 금액은 전체 국내 금융그룹의 석탄사업 투자액 가운데 4분의 1에 달한다. 석탄금융 백서를 보면, 2009년부터 올해 6월까지 12년 동안 삼성화재가 7조7073억원, 삼성생명이 6조7116억원으로 모두 15조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국내 모든 금융사가 지출한 ‘석탄금융’의 25% 수준이다.
환경단체는 이를 두고 “고객이 생명을 지키기 위해 납부한 보험료로 석탄사업에 투자한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험사가 고객이 납부한 보험료를 가지고 대기오염과 기후변화의 주범인 석탄사업에 앞장서왔다. 이는 모순적이며 시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에 석탄 투자 중단 요구 메일을 보내는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한겨레>에 “(환경단체의 주장은) 석탄발전소 40기에서 나온 유해 성분이 조기사망자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지 투자 자체가 사망과 연관된 것은 아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석탄발전 직접 투자 비용도 10분의 1인 1조5000원에 그치고 2018년 6월부터는 신규 투자를 중단했다. 앞으로도 계획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해명에 대해 “직접이든 간접이든 어떤 사업에 투자할지를 정하는 권한은 기업에 있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항변 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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