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9일 검찰개혁의 방향에 대해 “공정한 검찰과 국민의 검찰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수사에 대한 여권의 공세가 거센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주목된다. 윤 총장은 앞서 신임 부장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를 공정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열린 초임 차장검사 대상 교육에서 공판 중심 수사 구조, 방어권 보장 등 검찰개혁 과제를 언급하면서도, “검찰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것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여권에서 “검찰총장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맹공을 퍼붓고 있는 것에 대한 정면 대응으로 읽힌다. 이날 강연은 신임 차장검사를 상대로 진행됐지만 한동훈 검사장과의 몸싸움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앞서 법무부는 검사를 감찰·징계할 때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감찰위원회 자문을 반드시 거치게 한 감찰규정을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임의 조항’으로 개정했다. 법무부는 대검찰청과 법무부에 각각 설치된 감찰위원회의 중복 심사를 피하기 위한 개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다수의 감찰을 지시한 시점에서의 규정 개정이어서 검찰 내부에서는 윤 총장 징계를 염두에 둔 조처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3일 훈령인 법무부 감찰규정 제4조를 “중요사항 감찰에 대해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자문을 받을 수 있다”고 개정했다. “받아야 한다”는 의무 규정을 “받을 수 있다”로 바꾼 것이다. 7~13인(외부 인사 3분의 2 이상)으로 구성되는 법무부 감찰위원회는 자체 감찰 결과 징계 수위가 적절한지 등의 자문에 응하는 역할을 한다. 외부 인사가 위원장을 맡는 대검 감찰위원회는 5~9인 위원으로 구성되며 감찰 업무가 공정하게 이뤄지는지 심의·점검을 하고 있다.
법무부는 대검과 법무부에 각각 설치된 감찰위원회 중복 심사를 줄여달라는 대검 쪽 의견을 반영해 규정을 개정했다는 입장이다. 감찰 착수→대검 감찰위원회→법무부 감찰위원회→징계위원회로 이어지는 4단계 절차가 복잡해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감찰위원회의 중복 심사를 피하기 위해 규정을 개정했다는 것이다. 만약 윤 총장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경우 이번 규정 개정으로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심의를 생략할 수 있게 돼 이전보다는 절차가 간소해진 것이다. 대검의 한 간부는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민원이 나온 지는 오래됐는데 개정된 시점이 추 장관이 감찰을 지시한 직후라서 윤 총장 감찰을 겨냥한 조처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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