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집 밖에서는 “이명박은 사과하라”는 외침이 가득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택 안에서는 찬송가 부르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오후 1시30분께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권성동 전 의원, 이은재 전 의원 등이 현관문을 열고 나와 2열로 줄을 섰다. 1시46분께 차고 문이 열리고 이 전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이 천천히 나왔다. 짙은 창문 선팅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의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다. 측근과 지지자들은 떠나는 차를 향해 ‘이명박’을 연호했다.

횡령과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이 확정된 이 전 대통령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을 떠나 송파구 문정동 동부구치소에 재수감 됐다. 별다른 입장은 표명하지 않았다. 끝내 사과는 없었다.

다만 앞서 오후 1시께 이 전 대통령 자택으로 들어간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자택에서 나온 뒤 “정치적인 얘기는 없었다. 건강하라고 안부만 물었다”며 “(이 전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나라가 많이 걱정된다는 말씀도 했다”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낮 12시 교인 10여명과 자택에 들어갔다 나온 소망교회의 한 교인은 “집 안에서 이 장로(이 전 대통령)에게 찬송을 불러주고 기도를 해줬다. (이 장로는) 씩씩해 보였다”고 말했다.

자택을 떠난 이 전 대통령은 10여분 만인 오후 2시께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다. 이후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치고 검찰 차를 탄 뒤 서울 송파구 문정동 동부구치소로 이송돼 재수감 됐다. 동부구치소는 2018년 3월22일 구속돼 보석으로 풀려날 때까지 약 1년 동안 수감 생활한 곳이다. 이 전 대통령은 13.07㎡(3.95평)의 독거실에서 생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선 지난달 29일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뇌물과 횡령,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7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천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전 대통령은 대법원 선고 뒤 변론을 담당한 강훈 변호사를 통해 “법치가 무너졌다. 나라의 미래가 걱정된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11개월 20일 정도를 감옥에서 보낸 이 전 대통령의 형기는 16년이 남았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