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집단감염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노동자 10여명이 ‘코로나 집단감염도 중대재해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2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 섰다. 쿠팡 부천신선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코로나19에 감염됐던 한아무개(51)씨도 마이크를 들고 본사 앞에 섰다. 한씨는 “요즘 쿠팡 노동자들의 코로나19 확진, 사망 등 중대재해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그동안 쿠팡의 근무여건과 환경을 볼 때 언제 일어나도 일어날 전혀 이상하지 않은 사건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49년 전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호소하며 분신한 전태일의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외침을 반복했다.
부천의 한 물류센터에서 시작된
‘쿠팡발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가 이날로 160일째를 맞았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는 쿠팡발 코로나19 피해 노동자와 시민단체 등이 모여 이번 사태에 대한 쿠팡 쪽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피해자들은 쿠팡이 부실한 방역지침으로 대규모 감염을 초래하고도 피해 노동자들에게 사과 한마디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지난 5월8일 부천신선물류센터에서 단기계약직으로 일을 시작했다가 같은달 27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일을 그만두게 된 임아무개(48)씨는 “확진 이후 지금까지 쿠팡은 사과는커녕 위로의 문자 한 통 없었다. 그 이후 일자리를 잃고 지금까지 트라우마도 심각한데 쿠팡은 변명으로만 일관한다”고 말했다. 쿠팡 노동자 한씨도 “쿠팡의 안일한 대처로 노동자들의 집단감염이 확인됐음에도 쿠팡은 노동자들에게 전화나 문자, 위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번 쿠팡발 코로나19 사태가 정말 이렇게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인지 회사에 묻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했던 쿠팡 쪽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연대발언에 나선 김혜진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국감 증인으로 나온 엄성환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전무는 쿠팡발 코로나 피해 대처에 대한 질문에 ‘정부의 지침을 충실히 따랐다’고 말했다. 확진자가 2명이 나올 때까지 침묵하다가 3번째 확진자가 나오자 오후 뒤늦게 업장을 폐쇄해놓고 정부의 지침을 따랐다고 할 수 있나”라고 꼬집었다.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지원대책위원회’와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모임’ 쪽은 쿠팡이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교섭을 통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앞으로도 매주 수요일마다 선전전을 이어갈 예정이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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