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의 전주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4월 경찰 조사를 위해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청사로 호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추적을 피해 장기간 도주한 배경에 “검찰 조력이 있었다”고 폭로한 ‘라임 사건’의 핵심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실제 검찰의 추적 방법을 역이용해 도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남부지검 검사 향응·수수 사건 수사전담팀(팀장 김락현 부장)은 김 전 부사장의 도피에 ‘검찰 관계자’의 도움이 있었는지 수사할 계획이다.
<한겨레>가 28일 입수한 김 전 회장의 공소장에는, 수원여객에서 161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2019년 12월부터 체포된 지난 4월까지의 행적이 드러나 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1일 언론에 공개한 2차 문건에서 “(도피 방법에 관해) 검찰 관계자들의 권유와 조력을 받았다. 검찰 수사팀의 추적 방법이나 핸드폰 사용 방법 등”이라고 주장했는데, 공소장에는 이에 부합하는 대목이 있다. 김 전 회장은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예정된 이종필 전 부사장부터 도피시켰다. 이 전 부사장에게 대포폰을 건네고 고속버스로 부산으로 내려가게 한 뒤 거기서 기다리고 있던 자신의 지인이 이 전 부사장을 다시 차에 태워 서울 광진구의 한 호텔로 데리고 오게 했다. 단시간에 서울→부산→서울로 연이어 이동하며 수사기관의 추적망에 혼선을 빚게 한 것이다. 김 전 회장은 지인의 지인 명의로 숙박비 1600만원을 결제했고 이곳에서 이 부사장은 3개월 동안 머물렀다. 지난 2월부터는 이 전 부사장의 은신처를 경기 구리시의 오피스텔로 옮기게 했고 3월20일부터는 자신의 친누나 명의로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를 임차하고 그곳에서 함께 머물렀다. 4월4일부터는 지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인천과 부산, 경남의 호텔과 펜션에서 하루 이틀씩 투숙하며 추적을 따돌렸다. 검거되기 직전까지는 친누나 명의로 에어비앤비를 통해 서울 성북구의 단독주택을 임차하고 그곳에 머물기도 했다.
도피 기간 중 김 전 회장은 위조한 주민등록증을 사용하는 등 대범하게 행동했다. 올해 3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위조업자를 찾아 증명사진과 지문 사본을 보낸 뒤 오토바이 퀵서비스로 ‘장재훈’이라는 이름의 위조된 주민등록증을 받았고 경찰관에게도 이를 제시해 신분을 속이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운전기사였던 한아무개씨를 통해 차량번호판과 휴대전화 유심칩을 바꿨고 “회사 직원을 만나 수표를 받은 뒤 현금으로 바꿔오라”고 지시해 24억원어치의 달러와 현금을 전달받았다. 당시 이아무개 스타모빌리티 상무에겐 자신이 쓰던 휴대전화를 보내 폐기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회사 직원 등과 연락할 때 암호화 메신저인 ‘왓츠앱’이나 텔레그램 전화 등을 사용했다.
결국 김 전 회장은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4월23일 서울 성북구 거리에서 김 전 회장을 체포한 뒤 에어비앤비로 임차한 단독주택에 있던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 심아무개 신한금융투자 전 팀장까지 한꺼번에 붙잡았다. 수사기관의 추적을 따돌리고 5개월간 계속된 김 전 회장의 도주 행각은 매우 치밀하고 전문적이었다. 이런 도주 방식이 ‘검찰 관계자’의 조언에 따른 것인지는 수사를 통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수감된 서울 남부구치소를 찾아 ‘검찰 향응 의혹’과 관련해 2차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사는 지난 25일 첫 출정조사 뒤 사흘만이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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