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계열사에 수천억원대의 일감을 몰아줘 논란을 빚은 삼성서울병원이,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교육병원의 임대료 등 76억원을 대납한 것으로 드러나 업무상 배임 논란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성균관대 이사회를 장악한 삼성이 삼성서울병원을 의대 부속병원으로 만들 수 있는데도, 1조원짜리 병원을 학교에 넘겨야 하고 수익이 교비회계로 묶여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못 하게 되는 탓에 부속병원화를 하지 않고 ‘꼼수’ 대납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20일, <한겨레>가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실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삼성서울병원이 서울 강남구 일원동 빌딩에 있는 성균관대 의대 ‘교육병원’의 2018~2019년 2년 동안 임대료 등 비용 76억원을 삼성생명에 대납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과 성균관대 의대는 별도 법인이다.
삼성서울병원이 임대한 6개층 가운데 사용하는 2개층의 임대료를 대납받고 있는 성균관대 교육병원은 ‘대학’ 운영을 위한 교육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성균관대가 보유한 교육용 기본재산(임차 포함)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상 교육용 기본재산으로 교지와 교사를 마련하고 보유와 처분하게 될 때는 모두 교육부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해당 시설은 승인을 받지 않은 것이다. 고 의원실의 질의에 대해 교육부는 “사립학교법 시행령상 임차료는 지급사유가 발생한 기관에서 지출해야 한다”며 “사전 승인도 없이 학교가 사용하는 시설에서 돈도 내지 않았다면 위반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고 의원은 “삼성서울병원은 다른 법인의 이익을 위해 비용을 대납하고, 성균관대는 교육부에 신고 없이 교육시설을 운영하고 있다”며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는 두 기관에 대해 제대로 된 검찰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7일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안산 단원갑)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영인 의원실 제공
사실 삼성서울병원을 성균관대 의대의 부속병원으로 하면 배임 논란은 자연스럽게 해소되지만, 삼성은 협력병원을 고집하고 있다. 1990년대 강남에 삼성서울병원, 강북에 강북삼성병원을 잇따라 개원한 삼성은, 대전에 의대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교육부에 제출했으나 반려당했다. 1996년, 삼성은 학교법인 인수가 아닌 이사회 장악 형식으로 성균관대학교 운영에 참여하며 돌파구를 마련했다. 그해 12월 삼성서울병원을 부속병원으로 하는 조건으로 의대 설립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성균관대 의과대학 신설에 성공한 삼성은 무려 13년 동안 부속병원을 마련하지 않았다. 2007년, 교육부는 삼성서울병원을 부속병원으로 포함하는 등의 설립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매년 정원을 10%씩 감축하고, 2010년까지 미이행하면 폐과하겠다는 계고를 했다.
전필건 전 교육부 사학혁신위원은 “2010년 삼성은 200병상 규모인 경남 창원의 삼성창원병원을 무상으로 성균관대 법인에 양도하면서 인가 기준인 500병상을 맞추기 위해 318병상을 확장했다”며 “당초 조건이었던 삼성서울병원이 아닌 새로운 부속병원을 창원에 만든 것이다. 그러나 미승인 시설인 일원동 캠퍼스 문제가 방증하듯 성균관대 의대 학생들은 창원이 아닌 대부분의 과정을 삼성 서울병원에서 교육받는다”고 했다.
그는 또 “삼성이 삼성서울병원을 성균관 의대의 부속병원으로 만들지 않는 이유는 1조원이 넘는 자산을 포기하는 문제도 있지만, 학교법인에 소속된 교육기관으로 전환되면 병원 수익이 대학의 교비회계에 종속되기 때문”이라며 “교비는 교육 목적으로만 쓰여야 한다는 사립학교법 때문에 지금처럼 삼성생명에 370억원을 임대료로 내는 등 연간 1400억원대 계열사 몰아주기는 꿈도 못 꾸게 되고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삼성물산 보유주식 등도 전부 처분해야 되기 때문에 지금의 기형적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삼성서울병원은 “일원동 빌딩은 삼성서울병원의 의료진과 행정직 사무공간과 회의실, 세미나 용도 등으로 사용하는 공간”이라며 “성균관대와 교육협력병원 협약에 따른 사항이므로 배임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또 “공간 확장 필요에 의해 건물을 임차한 삼성서울병원이 임차료를 지불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성균관대도 “삼성서울병원이 협력병원이라 실습과 교육 등을 위해 교육병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알고 있다”고 했다.
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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