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7일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건(라임 사건)과 관련해 술 접대 등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검사들에 대한 수사를 전격 지시했다. 사진은 1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자필 편지 공개 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다시 증폭되고 있다. 이번 충돌이 양쪽의 ‘치킨게임’ 양상으로 갈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법무부는 18일 낸 입장문에서 윤 총장을 직접 겨냥해 감찰과 별도로 수사할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16일 공개된 김 전 회장의 친필 ‘사건개요 정리’ 문건을 보면, 검찰 출신 ㄱ변호사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힘을 실어주려면 강력한 한방이 필요한데, 청와대 행정관으로는 부족하고 청와대 수석 정도는 잡아야 한다. 네가 살려면 기동민(의원)도 좋지만 꼭 강(기정) 청와대 수석 정도는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는 대목이 등장한다. 법무부가 입장문에서 “(윤 총장이 야권 정치인 및 검사 비위는) 여권 인사와는 달리 철저히 수사하도록 지휘하지 아니하였다는 의혹 등 그 관련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힌 것은, 이를 근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이 야당 정치인 관련 진술도 함께 보고받았는데도 여당 관련 수사에만 지시를 내린 게 아니냐는 것이다.
법무부는 서울남부지검이 야당 정치인 관련 내용은 대검의 반부패부를 통하지 않고 윤 총장에게만 따로 보고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이에 송삼현 당시 남부지검장은 “총장에게 대면 보고할 때 야당 정치인 관련 내용도 보고했다. 총장은 항상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대검도 “윤 총장이 ‘야당 정치인 의혹’을 보고받은 후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고 반박했다. 수사팀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즉시 관련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대검은 “총장에 대한 중상모략”이란 표현까지 동원해 법무부 발표에 강하게 반발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은 지난 1월 추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한 뒤 사사건건 부딪혔다. 가장 크게 충돌했던 경우는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연루된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이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이 사건을 두고 전문수사자문단 심의를 추진하자, 지난 7월2일 윤 총장을 수사에서 배제하는 내용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이 갈등은 대검이 ‘수사지휘권 발동은 형성적 처분으로 이미 (윤 총장의) 지휘권이 상실된 상태’라고 밝히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더 심각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사실상 검찰총장이 ‘추 장관이 자신을 중상모략하고 있다’는 공개적인 입장을 낸 것으로, 지난 10개월의 갈등을 돌아봐도 유례가 없는 수위의 반발”이라며 “김봉현의 편지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검찰이 치명상을 피할 수 없겠지만 그 편지가 허위로 드러날 경우 실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총장에 대한 수사까지 시사한 법무부가 치명상을 피할 수 없다”고 짚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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