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의 전주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4월 경찰 조사를 위해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청사로 호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의 실질적 전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16일 ‘검사장 출신 야당 정치인을 통해 로비를 했으며 현직 검사도 접대했다’고 주장했다.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줄 5천만원을 이강세 전 광주문화방송(MBC) 사장에게 전달했다’는 지난 8일 법정 증언의 뒤를 잇는 발언이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제기한 야당 정치인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고 법무부는 감찰 조사에 착수했다.
김 전 회장은 이날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6장짜리 친필 ‘사건개요 정리’ 문건에서 “라임 펀드 판매 재개 관련 청탁으로 우리은행 행장 로비 관련해서 검사장 출신 야당 유력 정치인 변호사(에게) 수억 지급 후 실제 이종필과 우리은행 행장, 부행장 등(에 대한) 로비(가)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검찰과) 면담 시 얘기했음에도 수사 진행 안됨”이라고도 적었다. 이에 라임 사건을 수사한 서울남부지검은 “검사 출신 야당 정치인의 우리은행 로비 의혹은 현재 수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검찰 출신 ㄱ변호사를 통해 현직 검사 3명에게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룸살롱에서 1천만원 상당의 술접대를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말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검에 도착하니 접대 자리에 있던 검사 중 1명이 수사책임자였다”고도 했다. 또 정치적으로 편향된 수사가 자신을 옭아맸다고 강조했다. ㄱ변호사가 첫 접견 때부터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힘을 실어주려면 강력한 한방이 필요한데, 청와대 행정관으로는 부족하고 청와대 수석 정도는 잡아야 한다. 네가 살려면 기동민(의원)도 좋지만 꼭 강(기정 청와대) 수석 정도는 잡으라고 했다”는 것이다. 스타모빌리티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은 ㄱ변호사에게 회사 자문료 명목으로 월 500만원씩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 김 전 회장이 라임 사건을 덮는다고 여기저기 돈을 많이 뜯긴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ㄱ변호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김 전 회장의 주장은 모두 허위다. 술자리 참석자는 나를 포함해 3명이었으며, 1명은 검찰 출신 변호인이었고 또 다른 1명은 검사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김 전 회장 문건이 공개된 뒤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고 중대한 사안이므로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기 위해” 법무부에 직접 감찰을 지시했다.
김 전 회장은 이날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재판장 신혁재) 심리로 열린 이상호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 조서에 남긴 금품 공여 관련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김 전 회장에게서 1억원에 가까운 금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배임수재 등)로 지난 8월 구속기소됐는데 이날 김 전 회장은 이 위원장 동생 계좌로 송금한 5600만원에 대해 “인간적인 관계를 고려해서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이 감사로 재직하던 ‘전문건설공제조합 돈을 투자금으로 받는 반대급부로 돈을 건넸다’는 검찰에서의 진술을 뒤집은 것이다. 김 전 회장은 “조사 당시 검찰에 협조해야 하는 분위기였고 검찰이 짜놓은 프레임대로 진행이 안 되면 불이익을 받을 것 같았다”고 주장했다.
이재호 배지현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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