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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다시 법정에 선 형제복지원 인권유린…31년의 한 풀릴까

등록 2020-10-15 17:44수정 2020-10-16 02:44

대법 비상상고 사건 첫 공판 열려
검 “수사·재판상 과오 바로잡는 게
피해 생존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피해자 40여명도 법정에서 지켜봐

당시 박인근 원장 특수감금 무죄
피해자쪽 변호인 “무죄판결 파기는
중요한 인간 존엄 가치 확인하는 길”
부산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1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형제복지원 원장 고 박인근 씨의 특수감금 혐의에 대한 비상상고심 첫 번째 공판에 참석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1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형제복지원 원장 고 박인근 씨의 특수감금 혐의에 대한 비상상고심 첫 번째 공판에 참석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1987년 형제복지원에 대한 진상 규명과 사과는 좌절됐지만, 현재 피해 생존자를 어떻게 위로하는가에 따라 새로운 기억과 미래 공동체가 만들어질 수 있고 고통이 완화되고 치유될 수 있습니다.”(형제복지원 피해자 쪽 대리인 박준영 변호사)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수사와 재판상의 과오를 바로잡는 것만이 평생 고통 속에서 살아온 생존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입니다.”(고경순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

15일 대법원 소법정에서 열린 ‘형제복지원 원장 고 박인근씨의 특수감금 혐의 사건’ 비상상고 재판에서 검사는 고개를 숙였고 변호사는 울분을 토했다. 그동안 자신들의 아픔을 숨겨왔던 피해자 40여명도 묵묵히 법정을 지켰다.

부산 형제복지원은 거리의 부랑자를 단속한다는 명목으로 무고한 시민을 납치해 강제노역·구타·성폭행·살인 등의 인권유린을 저지른 한국판 ‘아우슈비츠’였다. 피해자 실태조사 기록을 보면, 형제복지원에 감금된 513명이 폭력·고문으로 사망했다. 피해자의 주검 중 일부는 암매장되거나 의대에 해부용으로 팔려나갔다.

전두환 전 대통령한테서 ‘부랑아 퇴치 공로’를 인정받아 훈장까지 받은 박 원장은 형제복지원에서의 만행이 발각돼 재판에 넘겨졌지만 고작 2년6개월의 징역형만 살았다. 검찰이 특수감금, 횡령 등의 혐의로만 박 원장을 기소했고 대법원이 “정부 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이었다”며 특수감금 혐의는 무죄로 판단한 결과였다.

경찰 단속에 걸려 형제복지원으로 끌려온 아이들 모습.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 제공
경찰 단속에 걸려 형제복지원으로 끌려온 아이들 모습.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 제공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형제복지원 사건은 피해자들이 국회 앞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다시금 사회적 관심을 받게 됐다. 2018년 11월 문무일 검찰총장은 ‘위헌·위법인 정부 훈령을 적용해 특수감금 혐의를 무죄로 본 당시 판결은 잘못됐다’는 검찰개혁위원회의 의견에 따라 대법원에 비상상고했다. 비상상고는 확정된 형사소송 판결에서 법원의 판단이 위법할 때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청구하는 구제절차다.

박 변호사는 31년 만에 다시 열린 법정에서 “피해자들의 아픔을 얘기하지 않고는 이 사건을 설명할 수 없다”며 변론을 시작했다.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게 낫겠다 싶어서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무고하고 끔찍하게 죽어간 사람들, 내 손으로 매장했던 사람들을 잊을 수 없다.” “언니들이 남자 두세명에게 끌려가서 당하고 왔다. 13살 때의 일이니 그때는 뭔지 몰랐는데 미안하다.”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박 변호사의 입을 통해 쏟아졌다. 이어 “(특수감금 무죄 판결의 파기는)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온 피해 생존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인간의 존엄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여정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을 맡은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가 형제복지원 사건의 과거 판결을 파기해도 2016년 사망한 박 원장에게 죄를 더 물을 순 없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지금이라도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고 자신들의 명예가 회복되길 바라고 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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