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자산운용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는 윤아무개 금융감독원 전 국장이 14일 금품 수수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이 진행 중인 다른 사건의 재판을 받은 뒤 기자들 질문을 받으며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의 펀드 사기 및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옵티머스 쪽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의혹을 사는 윤아무개 전 금융감독원 국장을 소환조사했다. 검찰이 옵티머스의 금융감독기관 로비 의혹으로 수사망을 넓히면서 옵티머스 고문이자 최대주주로 금감원 쪽의 인맥을 과시한 양호 전 나라은행장의 역할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주민철)는 14일, 윤 전 국장 주거지를 전날 압수수색하고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윤 전 국장은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에게 금융권 관계자들을 소개해주는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수수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를 받는다. 앞서 김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2018년 초 알게 된 윤 전 국장이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해 직원을 시켜 2천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했으나 윤 전 국장은 이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국장은 2014년 금융기관 임직원으로부터 ‘금감원 징계수위를 낮춰달라’는 청탁과 함께 2천만원을, 2018년 금융기관 대출 소개 대가로 1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구속기소됐다가 1심에서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은 뒤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옵티머스 경영상에서 드러난 불법 의혹 전반에 양호 고문이 핵심적인 구실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한겨레>가 확보한 옵티머스 내부 자료와 김 대표-양 고문의 대화 녹취파일, 옵티머스 관계자의 설명 등을 종합하면, 양 고문은 미국에 있는 나라은행 행장으로 재직하다가 해임된 뒤 법무법인 고문을 맡아 국내에서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이헌재 전 부총리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양 고문은 2017년 9월 옵티머스의 주식 14%가량을 보유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김 대표와 이혁진 전 대표가 경영권 분쟁을 겪던 2018년 1월19일 김 대표와 양 고문이 나눈 통화에선 김 대표가 양 고문에게 회사의 주요 사항을 일일이 보고하고 결재받는 대화 내용이 나온다. 지난 7월,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실이 엔에이치(NH)투자증권에서 제출받은 ‘옵티머스 크리에이터 상품승인소위원회 녹취록’에서도 김 대표는 당시 “공공기관 매출채권 등이 대부분인데 그런 곳은 고문단이 영업을 많이 도와주고 있다. 나는 가서 프레젠테이션만 하고 실질적으로 영업은 고문단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옵티머스 관계자는 “양 고문이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큰 그림을 짜고 김 대표와 사내이사인 윤아무개 변호사가 실무 작업을 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도 옵티머스에서 양 고문의 역할을 엿볼 수 있는 통화 녹취록이 공개됐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양 고문이 김 대표 비서로 짐작되는 인물과 나눈 통화에서 “김 대표 차량 번호를 좀 찍어서 보내달라. 다음주 금감원에 가는데 거기서 브이아이피(VIP) 대접을 해준다고 차 번호를 알려달라더라”고 말했다. 통화 당시는 옵티머스가 자산건전성 미달로 문제가 됐던 시점이다.
김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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