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절실한 서민들에게 대기업 택배기사로 취직시켜주겠다며 화물차 구입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수백억원을 챙긴 물류업체 대표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1800여명에 이르는 피해자 다수는 장애인, 외국인, 여성 등 경제적 취약계층이다.
서울동부지검 환경보건범죄전담부(부장 하담미)는 2018년 1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구인·구직 누리집에서 대규모 택배회사 인사담당자를 가장해 택배기사 지원자를 모집한 뒤 화물차를 구입하게 해 1894명에게서 523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물류회사 대표 ㄱ(38)씨와 공범 23명을 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검찰의 보도자료를 보면, ㄱ씨 등은 피해자들을 속이기 위해 대기업 계열사로 오해할 수 있는 상호를 사용하고, 사무실에는 대기업 로고가 반복적으로 나오는 동영상을 틀어놨다. 이후 광고를 보고 모여든 피해자들에겐 취업을 위해 필요하다면서 냉동탑차로 개조된 화물차를 구입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차량 개조업체와 공모해 원래 비용보다 600만원가량 부풀려진 허위 견적서를 대부업체에 낸 다음 피해자들이 계약을 맺으면 개조업체와 ㄱ씨 등이 수입을 나눠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은 결국 취업도 되지 않고 고액의 할부 대금 채무만 부담하게 돼 피해가 극심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4월 ㄱ씨를 구속 기소한 데 이어 물류회사 영업사원, 차량개조업체·자회사 대표 등 공범 23명도 최근 불구속 기소했다.
박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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