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의 전주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4월 경찰 조사를 위해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청사로 호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의 실질적 전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8일 “지난해 라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이강세 대표를 통해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수천만원을 건넸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김 전 회장이 ‘라임 사태’와 관련해 법정에서 정·관계 로비 대상과 액수를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환승) 심리로 이날 열린 이강세 스타모빌리티 대표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회장은 “라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이 대표를 통해 강기정 전 청와대 수석에게 5천만원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이 대표가 (라임 사태 무마를 위해) ‘청와대 수석을 만나는데 비용이 필요하다’고 해 지난해 7월27일 ㅇ호텔 커피숍에서 만나 5천만원이 든 쇼핑백을 넘겨줬다. 그 뒤 강 전 수석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직접 전화해줬다고 이 대표가 연락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배달사고 가능성에 대해서는 “사건이 커져 금융감독원 조사가 들어오면 펀드 자체가 무너져 (이 대표나 나나) 엄청난 타격을 받을 상황이었다. 이 대표가 본인의 경비 명목으로 돈을 가져갈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광주문화방송(MBC) 사장 출신인 이 대표는 정치권 인맥이 넓어 김 전 회장을 여권 인사들에게 연결시켜준 인물로 꼽힌다. 김 전 회장은 “(두 사람이) 고향 지인으로 서로 가깝게 지낸 건 알고 있었다. (강 전 수석이) 실세로 있으니 금융감독원 조사를 막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고 말했다. 또 “이 대표가 인사하고 나왔다고 해 금품이 잘 전달됐다는 취지로 이해했다. 그런데 사태가 커져서 애석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대표는 앞서 강 전 수석을 만난 사실은 인정했으나 금품을 전달한 사실은 부인했다. 그는 지난달 열린 재판에서 “검찰 주장은 (김 전 회장의) 진술에만 근거해 증거가 없다. 라임 투자금을 받아야 피고인 회사가 살아날 수 있기 때문에 회사 대표이사로서 청와대 수석을 만났을 뿐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강 전 수석도 이날 <한겨레>에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그런 일이 있다면 검찰이 나를 놔뒀겠나”라며 김 전 회장의 주장을 강하게 부인했다.
검찰은 최근 김 전 회장의 로비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의원 4명에게도 소환을 통보하는 등 답보 상태였던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를 통해 만난 김 전 회장으로부터 고급 양복과 현금 수천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밖에 민주당 소속 ㄱ 전 의원과 민주당 비례대표 초선인 ㅇ의원, 열린우리당 부대변인 출신인 ㄱ씨 등이 라임 사태 무마 과정에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소환조사 대상에 올랐다.
배지현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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