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
‘마을 주치의’ 추혜인
요양병원 면회 금지되고
대학병원 입원 어려워지자
“집에서 환자 돌보고 싶은데
방문진료 와주시면 좋겠어요”
동네 주치의로 살면 좋은 점
“신뢰 바탕 피드백 많이 받아
오진 줄일 수 있는 기회는 행운”
‘마을 주치의’ 추혜인
요양병원 면회 금지되고
대학병원 입원 어려워지자
“집에서 환자 돌보고 싶은데
방문진료 와주시면 좋겠어요”
동네 주치의로 살면 좋은 점
“신뢰 바탕 피드백 많이 받아
오진 줄일 수 있는 기회는 행운”
서울 은평구 ‘마을 주치의’ 추혜인 살림의원 원장이 지난 14일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추혜인 살림의원 원장이 따릉이(서울 공공자전거) 바구니에 왕진 가방을 담고 방문진료 가는 길. 추혜인 제공
주치의가 아니면 듣기 어려운 환자 이야기 ―환자분들이랑 되게 친하신가 봐요! “네, 다들 오래 뵌 분들이시고, 또 같은 동네 사니까요. 길거리에서도 마주치고, 코로나19 전에는 목욕탕, 술집 같은 데서도 어찌나 자주 뵀는지…(방긋).” ―동네 주치의는 한국에선 굉장히 낯설어요. 8년간 동네 주치의로 살면서 어떤 점을 배우셨어요? “환자로부터 진료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기회가 많았어요. 이게 의사로선 굉장한 행운이에요. 피드백을 충분히 받지 못하면 오진을 발견할 기회를 놓칠 수도 있거든요. 환자는 의사에 대한 신뢰가 있을수록 약 부작용이나 불편한 이야기를 잘 해주세요. 평생 주치의니까. 그런데 환자에게도 그게 편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부정적 피드백이잖아요. 그러니까 의사와 신뢰가 없는 경우, 마음 편하게 병원을 옮겨버리시는 거죠. 의사들은 부정적 피드백을 듣는 훈련이 잘 안되어 있기 쉽지만,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왕진 시범사업’에 참여한 9개월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어요? “고령이거나 와병, 장애가 있는 분들은 병원까지 오시기가 정말 어려워요. 왕진이 제도화되니까 이전보다 신청을 더 편하게 해주세요. 올해는 한달에 20~30건씩 했어요. 코로나19 때문에 한동안 적게 간 적도 있고요.”
추혜인 살림의원 원장이 고령 환자를 찾아가 방문진료 하는 모습. 추혜인 제공
추혜인 원장의 왕진 가방. 청진기, 설압자(혀를 누르는 데 쓰는 의료기구), 주사기, 소독약, 드레싱 재료, 혈액검사 튜브, 혈당계, 헤드랜턴 등이 들어 있다. 추혜인 제공
심플라이프 제공
쿠바에서 본 ‘소아과-산부인과-정신과’ 팀플레이 ―살림의원에는 흔히 일차의료 담당이라고 생각하는 가정의학과뿐만 아니라 산부인과, 정신과 전문의가 계세요. “2018년 안식월에 쿠바엘 갔었어요. ‘가족주치의 제도’가 확실하게 정착한 곳이 쿠바잖아요. 주치의 진료소(콘술토리오)를 직접 찾아가서 참관하는 동안 인상적인 시스템이 눈에 들어왔어요. 보통 쿠바 전문의들은 진료소보다 한 단계 높은 의료시설(폴리클리니코)에서부터 일하는데, 특이하게도 소아과, 산부인과, 정신과만은 전문의가 팀을 이뤄서 주치의 진료소를 서포트하는 거예요. 이 시스템에는 의료적 필요가 높은 아이, 여성, 정신적으로 취약한 사람들 가까이에 언제나 전문의가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거죠. 원래 살림의원은 가정의학과 전문의 2명만 있었는데요, 쿠바에서 돌아와 산부인과, 정신과 전문의들과 함께하게 됐어요.” ―어떤 효과가 있던가요? “저 같은 가정의학 전문의가 주로 진료하는 소아과의 경우, 쿠바 가족주치의처럼 아이 성장 과정과 특징을 다 기록해둬요. 한국은 백신 접종 외에는 의료 기록이 개인별로 정리되지 않아요. 의료기관별로 흩어져 있고 공유되지 않기 때문에 건강 정보가 통합되기 어려운 구조예요. 만약 아이가 다른 병원에서 진료받는 일이 생기면, 치료 연속성 차원에서 후속 진료에 도움이 될 만한 저희만의 기록을 보호자와 의료기관에 공유해드려요. 깜짝 놀라시죠. 이런 건 처음 받아본다고.”
추혜인 살림의원 원장이 쿠바 가족주치의 알레한드로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쿠바에서 지켜본 공공의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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