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긴급조치 무죄, 내란선동 유죄” 지학순 주교 재심 논란

등록 2020-09-18 05:00수정 2020-09-18 07:30

민청학련 자금 댄 혐의로 옥고
“검, 긴급조치 사유로만 재심 청구”
김지하 재심 무죄와 모순 빚어
천주교 원주대교구장 지학순 주교(맨 왼쪽)가 1974년 7월23일 중앙정보부로부터 소환장을 받은 뒤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옛 성모병원) 앞마당에서 김수환 추기경(가운데)을 비롯한 성직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양심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천주교 원주대교구장 지학순 주교(맨 왼쪽)가 1974년 7월23일 중앙정보부로부터 소환장을 받은 뒤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옛 성모병원) 앞마당에서 김수환 추기경(가운데)을 비롯한 성직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양심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박정희 정권 시절 “유신헌법은 무효”라는 양심선언문을 발표하고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활동 자금을 댔다는 이유로 옥고를 치렀던 고 지학순 주교의 내란선동 혐의는 재심에서도 ‘유죄’였다. 검찰이 위헌·무효가 된 긴급조치 위반 혐의만 재심을 청구한 탓에 그 밖의 혐의에 대해서는 유무죄 판단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 주교에게서 돈을 받은 김지하 시인은 재심에서 무죄 선고로 누명을 벗었지만, 지 주교는 여전히 내란선동죄가 유지되는 모순적인 상황이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허선아)는 17일 지 주교의 재심 공판에서 내란선동·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시인과의 접촉 사실을 수사기관에 알리지 않았다’는 긴급조치 위반 혐의는 무죄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지 주교가 김 시인에게 108만원을 건네며 내란을 선동했다는 혐의는 “다시 실체 판단을 할 수 없어 원심에 따라 죄로 인정한다”고 했다. 김 시인은 2012년 12월 재심을 청구하고 이듬해 긴급조치 위반 및 내란선동 혐의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의 기계적인 긴급조치 위반 재심 청구가 이런 모순적인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긴급조치를 위헌·무효로 판단했고 검찰은 2017~2018년 긴급조치 위반 사건에 대한 재심을 일괄적으로 청구했다. 지 주교 사건에서도 내란선동·특수공무집행방해죄를 제외한 긴급조치 위반죄만 재심 대상이 된 셈이다. 이상희 변호사는 “검찰이 내란선동 혐의와 관련된 다른 재심에서 선고한 무죄 판결 등을 고려했다면 쟁점으로 다퉜을 텐데 형식적으로 재심을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시인의 재심 사건을 대리한 김형태 변호사는 “검찰이 재심 개시 사유를 위헌·무효가 된 긴급조치 위주로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 주교 유족과 논의해 추가로 재심을 청구할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영 장예지 기자 jy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