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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피해자 반대에도…‘서울대 교수 강제추행 사건’ 국민참여재판 강행

등록 2020-09-14 15:59수정 2020-09-15 02:44

법원, 합의부 재배당 뒤 참여재판 결정
“피해자 실명 공개하고 내용 알려져”
재판부, ‘참여재판 희망’ 피고인 주장 수용
피해자 “신빙성 위해 실명 공개했는데…
배심원 증인신문서 재현하고 싶지 않아”
서울대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대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대 서어서문과 교수의 ‘제자 강제추행’ 사건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유무죄가 가려지게 됐다. 그러나 애초 국민참여재판 대상이 아니었던 사건이 합의부 재배당을 거쳐 피해자의 거듭된 반대에도 국민참여재판으로 결정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재판장 김창형)는 지난 11일, ㄱ 전 교수의 강제추행 혐의를 오는 12월15~16일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심리하기로 결정했다. ㄱ 전 교수가 “국민의 시각으로 유무죄 판단을 받고 싶다”며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 사건 국민참여재판은 ㄱ 전 교수의 뜻을 법원이 두차례나 거듭 수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이 재판에 참여해 유무죄 의견을 내는 국민참여재판은 원칙적으로, 법정 형량이 높아 형사합의부에 배당된 사건에서 가능하다. 지난해 말 불구속기소된 ㄱ 전 교수의 강제추행 사건은 단독재판부에 배당됐다. 그런데도 ㄱ 전 교수는 국민참여재판을 받겠다며 ‘국민참여재판의 접수 및 처리 예규’에 따라 합의부 재배당을 요구했다.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요청해도 인격·명예 손상, 성적 수치심, 공포감 유발 등 추가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성범죄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법원 재량으로 배제 결정이 가능하다. 피해자도 이런 이유를 들어 국민참여재판에 반대했지만, 법원은 이 사건을 합의부로 재배당한 뒤 국민참여재판까지 확정했다. “피해자가 실명을 공개하고 1인시위를 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언론 보도로 내용이 공개됐다”는 ㄱ 전 교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성범죄 피해를 신뢰할 수 있도록 피해자가 실명을 제한적으로 공개한 것이 국민참여재판의 ‘빌미’가 된 셈이다.

ㄱ 전 교수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진행되면 현재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피해자는 오는 11월에는 귀국해 일정 기간 자가격리를 마친 뒤 배심원들 앞에서 증인신문을 받아야 한다. 피해자는 <한겨레>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당시 서울대 인권센터가 ㄱ씨에게 정직 3개월을 권고한 상황에서 (정당한 법적 처벌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실명을 공개하고 제한적으로 언론 인터뷰를 할 수밖에 없었다”며 “국민참여재판을 절대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고소를 위해 조사를 받고 언론 인터뷰를 하는 과정이 고통스러워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치료를 받기도 했다”며 “낯선 배심원들 앞에서 피해를 재현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국민참여재판으로 피해자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2016년 3월 대법원은 성범죄 피해자가 원치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참여재판을 배제해선 안 된다는 판례를 내놓으며 △성폭력 범죄 피해자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추가 피해를 방지하기에 부족한지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피해자가 원치 않는다는 유일한 이유만으로 국민참여재판이 무산돼선 안 되지만, ‘2차 피해’ 여부도 세심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피해자 쪽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14일 “국민참여재판의 성범죄 사건 무죄 선고 비율이 일반 재판보다 상대적으로 높아 피고인 쪽이 이를 선호하는 경향도 있지만, 재판 과정에서 성적 수치심 유발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단독판사 배당 성범죄 사건에 한해서라도 국민참여재판에 대해 명확하게 거부 의사를 밝힌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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