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조작이 드러나자 해당 재판에서 나온 비공개 증언을 언론에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국정원 전직 간부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단독 박현숙 판사는 10일 국가정보원직원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태희 전 대공수사국장과 하경준 전 대변인에게는 징역 10개월과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서 전 차장 등은 2013년 12월 간첩 혐의로 기소된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 유우성씨의 항소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탈북민 한아무개씨의 비공개 증언을 언론에 유출한 혐의로 지난해 3월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서 전 차장은 검찰의 검찰의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형을 선고받고 상고한 상태에서, 국정원 적폐청산티에프 조사와 검찰의 수사를 거쳐 추가 기소된 것이다. 2004년 탈북한 유씨는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며 국내 탈북자들의 정보를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에 넘겨준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2013년 구속기소됐으나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검찰은 1심 무죄 판결 뒤 항소심에서 국정원이 유씨의 출입국 관련 증거를 조작한 정황이 드러나자 서 전 차장 등이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유씨에게 불리한 비공개 증언을 언론에 흘린 것으로 판단했다.
법원도 비공개 증언 공개가 “유씨가 간첩이라는 정황으로 보고 여론전을 펼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서 전 차장 등은 유씨의 간첩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의 증거조작으로 여론이 돌아서자 국면 전환을 위해 한씨의 동의 없이 탄원서와 법정 증언을 공개해 여론을 돌리기 위한 목적에만 급급했다”며 “국정원은 안전 보장을 위해 구성된 기관으로, 비밀 준수에 대한 막중한 책임이 있는데도 고위직인 서 전 차장 등은 책임을 위반해 국가에 위험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서 전 차장은 판결 직후 “법치의 최후 보루는 법원이라고 생각한다. 법원이 관치나 정치색깔이 판치는 곳이 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며 불만을 나타내자 재판부는 “판결에 대해 정치나 다른 외부 세력의 영향을 받았다는 취지인 것 같은데 오해이고 증거에 비춰 많은 시간을 할애한 사건”이라고 답했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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