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오재호 목사, 조믿음 목사, 김디모데 목사.
“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19 확산에 개신교계의 도의적 책임이 무겁습니다. 교회 주변의 소상공인들을 도와 반성하려고 합니다.”
김디모데 예하운선교회 목사는 9일 <한겨레>에 이렇게 말했다.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하자 김 목사를 중심으로 한 젊은 개신교계 목회자들이 대신 사과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의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로 외지인의 발길이 끊긴 뒤 ‘유령도시’가 된 서울 성북구 장위동 지역의 소상공인을 위한 모금운동 ‘오병이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이날 밝혔다.
김 목사 등은 이번 프로젝트가 ‘교계의 반성운동’ 차원이라고 밝혔다. 사랑제일교회 사태 이후 개신교 전반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된 탓이다. 김 목사는 “교계 안에서 반성과 부끄러움을 고백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전광훈 목사가 오래전부터 반사회적인 행동을 해왔음에도, 그를 추종하는 교인들의 눈치를 보느라 개신교계가 나서서 ‘이단’이라고 신속하게 얘기하거나 비판하지 않았다”며 “전 목사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자리에 오르게 된 것도 교계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나음과이음 대표 오재호 목사도 “제일 큰 감정은 부끄러움이었다. 미안하다고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실천해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기독교에서 ‘오병이어’ 이야기는 예수가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가난한 이웃 5천명을 먹인 기적을 가리킨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조금씩 나누어 함께 살아남자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목사들은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에 함께하는 바른미디어 대표 조믿음 목사는 “지역마다 교회가 있는데 그 교회들이 해당 지역의 상권을 돌아보며 힘을 모으면 상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며 “이 운동이 전국으로 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하운선교회 쪽은 3월에도 대구지역 영세교회의 월세를 지원하는 모금운동을 벌이거나 발달장애 어린이, 난민 등 취약계층에게 마스크를 기부했다. 2013년 결성된 뒤 이 선교회는 세월호참사 유가족이나 독립운동가 후손 등을 후원하며 종교의 사회적 기여 방안을 고민해왔다. 김 목사는 “고통받는 이웃에게 힘을 보태는 것이 신앙을 가진 사람의 의무이고 도리다”라고 말했다.
지난 7일 시작한 모금은 다음달 30일까지 진행한다. 모금액과 사용내역은 예하운선교회 블로그에 모두 공개할 예정이다. 모금액 전액은 장위전통시장 등 사랑제일교회 인근 소상공인들에게 전달된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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