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은평구 보건소 앞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119 구급대원이 방호복을 입은 채 진단검사를 위해 이송된 환자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역당국이 집계한 수도권 지역 코로나19 중증환자 병상 수가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것보다 과다 집계됐던 것으로 26일 드러났다. 전날 방역당국은 수도권 중증환자 병상이 56개 남았다고 밝혔으나, 현장점검 결과 실제 남은 병상은 19개였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유지된다면 입원 대기 등 병상 부족이 곧바로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가 밝힌 ‘중증환자 치료 병상’ 수는 서울의 경우 전날 50개에서 이날 11개로 하루 만에 39개나 줄었다. 수도권 전체로는 56개에서 19개로 37개가 적어졌다. 이와 관련해 윤태호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일부 가용 병상과 실제 보고된 병상 간의 차이를 현장점검을 통해 확인했다”며 “일부 병원에서 실제 가용한 것보다 더 많이 보고한 경우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입원한 중환자가 늘어나 병상 수가 줄어든 게 아니라, 애초에 집계를 잘못했다는 것이다.
앞서 중환자의학회 쪽은 지난 24일 기준으로 당장 중증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수도권 병상이 7개라며, 중수본(56개) 집계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의사·간호사 인력까지 고려해 당장 입원 가능한 병상만 집계하는 학회와 달리, 중수본은 병원 쪽이 집계 시스템에 입력하는 단순 숫자만 집계하기 때문에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 지적이 정부의 현장점검으로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코로나19 중증환자 병상 부족은 현실화되고 있다. 현재 강원, 광주, 충남, 전북의 경우 당장 입원이 가능한 중증환자 병상은 0개다. 전날 집단감염이 발생한 강원 원주시에선 병상을 제때 배정받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윤 반장은 “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을 통해 이달 말까지 36개 병상을 추가로 확충하고, 병세가 호전된 환자는 중등증·경증 병상으로 전원 조정함으로써 중환자 병상을 즉시 확보하겠다. 다음달 중순까지 추가로 40병상을 더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늘어나는 환자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위중증 환자는 전날 38명에 이어 이날 43명으로 5명 늘어나는 등 증가세가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는 최근 추세처럼 하루 300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다음달 3일까지 중증환자가 최대 130명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방지환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 운영센터장은 “방역에 비해 중환자 치료 역량을 향상하는 데 들인 정부의 투자는 미흡했다. 지금이라도 중환자 치료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