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대검찰청 제공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으로 ‘검·언 유착’ 의혹 수사에서 배제된 뒤 거의 한달 만에 정치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미묘한 메시지를 내놨다. 특히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언급하며, 국회에서 속도전을 벌이고 있는 여권과 각을 세운 듯한 발언을 함에 따라 정치권에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서 열린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대의제와 다수결 원리에 따라 법이 제정되지만 일단 제정된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집행돼야 한다”며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국민 모두가 잠재적 이해당사자와 피해자라는 점을 명심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법집행 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로 문재인 정부와 극심한 갈등을 겪은 뒤 검찰 인사 등을 통해 윤 총장이 코너에 몰리고 있지만 권력형 비리 등 수사권 행사에서는 밀리지 않겠다는 뜻을 확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윤 총장은 새내기 검사들에게 “개개 사건에서 드러나는 현실적인 이해당사자들뿐 아니라 향후 수많은 유사사건에서 마주할 수 있는 잠재적 이해당사자들도 염두에 두면서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정의롭게 법 집행을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 총장은 또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며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를 통해서 실현된다”는 말도 했다. 대검 관계자는 “권력형 비리에 대해서 형사법이 공정하게 집행되지 않으면 진정한 민주주의라 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윤 총장의 이 발언은 슈퍼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가고 최근에 부동산 관련법 등을 단독 처리하고 있는 국회 상황과 맞물려 미묘한 해석을 낳고 있다. 앞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1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문재인 정부를 “일당 독재”, “전체주의 정권”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윤 총장은 검·언 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의 갈등을 의식한 듯 “검사가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설득”이라고도 했다. “자기 생각을 동료와 상급자에게 설득해 검찰의 의사가 되게 하고 법원을 설득해 국가의 의사가 되게 하며 그 과정에서 수사 대상자와 국민을 설득해 공감과 보편적 정당성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 총장은 또 “여러분에게 제일 강조하고 싶은 두 가지는 불구속 수사 원칙의 철저 준수와 공판 중심의 수사구조 개편”이라며 “방어권 보장과 구속의 절제가 인권 중심 수사의 요체”라고 강조했다. 윤 총장은 이어 “구속이 곧 범죄에 대한 처벌이자 수사의 성과라는 잘못된 인식을 걷어내야 하고, 검찰이 강제수사라는 무기를 이용하여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서도 안 된다”며 “수사는 소추와 재판의 준비 과정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추 장관은 이날 신임 검사 26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추 장관은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를 제한한 수사권 조정안과 관련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부패·경제·선거 등 중요 범죄를 수사하고 경찰 수사를 통제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며 새내기 검사들에게 “새로운 제도 취지를 이해해 검경 수사권 조정이 잘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추 장관은 또 “권력기관 개혁은 국민의 열망을 담은 시대적 과제”라며 “검찰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려면 인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절제되고 균형 잡힌 검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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