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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선생은 마지막 투자인 ‘육영사업’에서도 큰 성공 거두셨죠”

등록 2020-08-02 18:09수정 2022-03-17 12:08

땅투기 한 번 않고 깨끗한 부 일구고
놀라운 규모 재산 교육 위해 사회 환원
경암학술상 상금 2억 전국최고 수준
“많은 인재들 감화시킨 전정한 교육자”
[가신이의 발자취] 경암 송금조 선생을 추모하며

고 송금조 이사장.
고 송금조 이사장.

큰 나무가 울창했던 시절, 그 큰 그늘의 고마움을 헤아리기 어렵더니, 스러진 그 큰 자리는 이리도 황망한가.

기부라는 단어가 아직 생소하고 기부 문화가 척박했던 시절, 기부 풍토를 획기적으로 바꾸신 어른이 21일 별세하신 경암 송금조 선생이시다.

경암 선생님은 1923년 경남 양산에서 태어나셨다. 부모님의 가정교육에 따라 자기가 신을 짚신을 스스로 만들어 품에 안고 자던 어린이였다. 닭을 키워 스스로 월사금을 마련했고, 집안 형편상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해 친구의 교복을 몰래 입어보기도 했던 배움에 목말랐던 소년이었다. 해방 직후 약품 도매상 점원으로 시작해 수많은 사업을 개척해나가는 과정을 보면 ‘비범한 인물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자신을 증명해보이고 만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게 한다.

선생은 높은 자존감을 지닌 ‘신념의 인물’이었다. 관청에 연줄을 대야 하는 사업을 하지 않았고, 땅 투기는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자부하시며, 구두쇠란 별명이 부끄럽지 않았다는 선생님. 그렇게 깨끗한 부를 이루신 후, 놀라운 규모의 재산을 교육과 인재를 위해 다시 사회에 환원하신 선생님의 확고한 신념이 참으로 경이롭다.

어두웠던 시절, 세상의 힘 있는 사람들이 헛것을 짜 맞추어 충(忠)이라는 구조물을 세울 때, 선생님은 산업을 일으키고 사람을 고용하며, 고액의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하시면서 가장 실질적이고도 명확한 방식으로 국가와 사회에 공헌하셨다. ‘돌과 자갈밭을 갈아 옥토를 일군다’는 경암(耕岩)이라는 호처럼, 척박한 땅을 일구어 열매를 거두고 다시 씨를 뿌리는 삶을 사셨다.

육영사업은 평생의 꿈이자 노년의 경암 선생이 일구신 새로운 돌밭이었다. 교육환경이 열악하여 학생들이 장거리 통학을 해야 하는 부산의 변두리 지역에 여고를 설립하셨다. 2003년 부산대에 우리나라 개인 기부금 사상 최고액을 기부하실 당시 기부금 약정식에 낡은 운동화를 신고 나타나셔서 주위를 숙연하게 만드셨다. 2004년에는 1000억 원의 사재를 출연해 경암교육문화재단을 설립하셨다. 이 재단이 제정한 ‘경암학술상’은 개인당 상금액이 2억 원으로, 부산에서 시행되는 전국최고 규모의 학술상이다.

선생은 평소 “다시 태어나면 글을 잘 쓰는 명문가(名文家)가 되어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하셨다. 많은 인재들과 학자들에게 깊은 감화를 주신 경암 선생님은 사업가를 넘어 진정한 교육자셨다. 인재를 사랑하신 선생의 숭고한 뜻은 부산대가, 경혜여고가 이어갈 것이며, 경암교육문화재단이 더욱 아름답게 꽃피워갈 것이다.

선생님, 당신은 마지막 투자인 육영사업에서도 이미 큰 성공을 거두셨습니다. 부디 평안히 영면하시길 기원합니다.

차정인 ㅣ 부산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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