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종편) 인가 과정에서 자본금을 차명으로 충당하고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 등으로 기소된 <엠비엔>(MBN) 경영진들이 집행유예형 및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김세현 판사는 24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유상 매경미디어그룹 부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며 200시간의 사회봉사활동을 명령했다. 류호길 엠비엔 공동대표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 160시간의 사회봉사활동 명령을, 장대환 전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의 아들 장승준 공동대표는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 판사는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함께 기소된 엠비엔 법인에도 벌금 2억원을 선고했다.
엠비엔은 2011년 종편 승인 심사에서 최소 납입자본금 3천억원을 채우려고 우리은행에서 600여억원을 대출받은 뒤 회사 간부와 경영진 등 수십명의 임직원에게 엠비엔 법인 주식을 보유하도록 한 혐의를 받았다. 상법은 이런 자기주식 취득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엠비엔은 이를 재무제표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고의 분식회계를 한 의혹도 제기됐다. 이 부회장 등은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김 판사는 “거짓 재무제표를 작성해 공시하고 사업 보고서의 중요 사항을 거짓으로 기재해 자본시장의 신뢰를 저해해 죄질이 좋지 않다. 그 과정에서 존재하지 않는 정기예금 등이 존재하는 것처럼 자산이 부풀려져 재무제표 상당액의 자산이 과대계상됐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종편 예비승인 뒤 유상증자 과정에서 투자 확약서를 받은 투자자들이 투자를 철회하는 등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고,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엠비엔이 범행에 이른 배경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 또 김 판사는 “(이들 범행으로) 다른 경쟁 언론사가 종편 승인에서 탈락하진 않았고, 당시 피고인들이 취했어야 할 회계처리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며 “취득한 자기주식을 매각·소각해 위법성이 해소된 점 등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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