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 팀 이엔디(eNd) 소속 시민들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손아무개씨의 미국 송환을 거부한 재판부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의 운영자 손아무개(24)씨의 미국 송환을 불허한 법원의 결정에 대해 아동권리단체가 규탄하고 나섰다. 법원의 판단이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도록 규정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을 거스른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인 세이브더칠드런은 15일 ‘사법부의 정의, 아동이 묻는다’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논평에서 “대법원 청사 정의의 여신상 저울의 추가 피해 아동이 아니라 범죄자에게 기울어져 있는 듯하다”고 밝혔다.
손씨의 범행을 두고 이들은 “미국 법무부는 웰컴투비디오에 유통된 아동 성착취물에 대해 ‘아동이 받은 성적 학대에 대한 영구적 기록’이라 보며 사용자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반면 대한민국의 재판부는 손씨에게 부양 가족이 생기고 반성한다는 이유로 그의 심각한 범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며 “사법부의 정의가 합당했는지 묻고자 한다”고 비판했다. 손씨의 범죄를 심각한 범죄로 인식해 국제 공조 수사를 벌인 다른 나라들에 견줘 징역 1년6개월이라는 현저히 약한 처벌을 한 사법부를 비판한 것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법원의 이같은 결정이 국제사회의 약속인 유엔아동권리협약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단체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아동은 ‘적절한 법적 보호를 포함한 특별한 보호와 배려’를 권리로서 보장받는다. 아동기의 특수한 요구를 반영하여 세계인권선언과 국제인권규약 외 아동에게 부가적인 권리를 부여한 것”이라며 “사법부는 이러한 국제협약에 따라 정의를 실현하였는가”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아동 성착취 범죄에 대한 정부의 늦은 대처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지난해 10월에) 대한민국이 ‘아동에 대한 성적 착취 및 성적 학대로 유죄 판결을 받은 성인 범죄자에게 관대한 형이 내려지고 있다’고 심각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며 “대한민국에서 아동 성착취 범죄는 양형기준조차 없다. 성착취된 아동∙청소년을 피해자로 규정하여 보호지원시스템을 구축하는 일 또한 지난 봄에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가능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소년 10명 중 1명은 디지털 상 성적 유인 경험을 가지고 있으나 현행법 상 온라인 그루밍은 관련 규정조차 없다. 유럽국가들이 지난 2007년 ‘성착취 및 성학대로부터의 아동보호에 대한 유럽회 협약’을 결의한 것과 비교해 볼 때 아동 성범죄에 대한 대한민국의 대처는 이미 너무 늦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 성착취 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을 앞으로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사법부가 공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정의의 가치는 아동인권 수호가 아니라 사법권한의 방어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또한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국가는 아동에게 특별한 보호를 제공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며 “세이브더칠드런은 세계 최대의 아동성착취 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관용적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이러한 결정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엄중히 촉구한다. 또한 향후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이 아동의 최상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는지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