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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탁현민의 작품’ 뒤엔 측근이 설립한 노바운더리 있었다

등록 2020-07-14 04:59수정 2020-07-14 11:51

‘노바운더리’ 수주 행사 22건 보니

‘탁현민의 작품’ 뒤엔 노바운더리
문 대통령 취임 100일·신년 회견
국민인수위 보고·‘브랜드 K-팝’쇼…
업계 “특수관계 아니라면 수주 못해”
법인 등기 전 대통령 참석행사 5건 수주
행사 대행업체 갑작스레 선정도
진급장성 삼정검 수여식·유해봉환식
문 대통령 행사 참석하면서
국방부, 처음으로 외주업체에 맡겨
탁현민-노바운더리 대표 ‘인연’은
‘탁현민 프로덕션’ 조연출 출신
2012년엔 3명 공연 관련 책 공저
청와대 “법·규정 어긴적 없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최측근이 설립한 공연기획사 ‘노바운더리’가 수주한 청와대 등 정부 행사들은 대부분 ‘탁현민의 작품’으로 불리며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시작은 2017년 8월17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청사진을 밝히는 자리로 이목이 쏠린 행사였는데, 노바운더리는 법인 등기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입찰 공고도 없이 수의계약 형태로 행사 대행을 맡았다.

특히 노바운더리가 수주한 2017년 11월7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만찬 공연’은 업계에서 “파격적인 일”이었다는 말이 나온다. 당시 행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첫날 저녁, 한·미 정상과 양국 관계자들이 모인 청와대 영빈관 만찬장에서 가수 박효신씨, <한국방송>(KBS) 교향악단 등이 공연해 화제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처음 온 자리로 최상급의 보안과 의전이 필요한 행사였다. 공연업체 대표 ㅇ씨는 “의전이 동반된 외교 행사는 전문적으로 많이 해본 사람이 해야 실수가 없다”며 “규모와 수준을 갖춘 업체가 맡아서 하는 게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남북 관련 행사도 노바운더리가 핵심 인력으로 참여했다. 노바운더리 공동대표인 이아무개(35)씨와 장아무개(34)씨, 이씨의 남편인 김아무개(37)씨는 2018년 북한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봄이 온다’의 공연 크레디트에 연출로 이름을 올렸다. 이 공연은 4·27 판문점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 화해 분위기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 공연이다. 아울러 노바운더리는 2019년 4월27일 판문점에서 열린 기념공연 ‘먼길’에도 연출로 참여했다.

노바운더리는 평양 공연을 비롯해 2018년에만 ‘광주시-현대자동차 투자 협약식’(6월 예정이었으나 무산. 예산은 집행), ‘70주년 국군의 날 유해 봉환식’(10월1일), ‘2019년 경제 정책 방향 발표 행사 영상 제작’(12월17일) 등을 수주해 9억56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9년에도 ‘진급장성 삼정검 수여식’(1월8일), ‘남북 정상회담 1주년 기념 공연’(4월27일), ‘브랜드 케이팝(K-POP)쇼’(9월2일),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전야 공연’(11월24일) 등을 수주하며 2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공연기획사 ㄱ사 대표는 “정부 기관이 신생 회사에 그런 식으로 일을 맡기지 않는다”며 “그 공연기획사가 수주한 행사 22건 중 15건이 대통령 참석 행사면 특혜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행사에 참석하게 되면서 갑작스럽게 노바운더리가 용역업체로 선정된 경우도 있다. 2018년 1월11일 국방부 주관으로 열린 ‘진급장성 삼정검 수여식’이 대표적이다. 이전까지는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았지만, 2018년부터 문 대통령이 직접 진급 장성에게 삼정검을 수여하는 행사로 바뀌었고, 공교롭게도 노바운더리가 수주했다. 같은 해 10월1일 열린 ‘70주년 국군의 날 기념 유해봉환식 행사’도 비슷한 경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참석한 2012년 유해봉환식 이후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2018년 7월까지 국방부가 별도의 용역계약 없이 행사를 치렀다. 하지만 2018년 국군의 날 행사에 문 대통령이 참석하게 되면서 국방부가 처음으로 외주업체에 행사 대행을 맡겼고, 역시 노바운더리가 수주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행사까지 1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업체가 필요해 (노바운더리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정부 행사 등을 대행하는 공연기획 업계에서는 노바운더리가 법인 등기도 하기 전 개인사업자 명의로 대통령 참석 행사를 5건이나 수주한 것을 두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법인 등기는 회사에 대한 주요 정보를 계약 상대방이 몰라서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는 최소한의 담보 조처다. 공공사업의 경우 해당 회사의 이사진이 발주기관 관계자와 이해충돌 관계에 있는지, 재정적으로 믿을 만한지 등을 따지는데, 법인 등기를 하면 이런 점이 정확하게 확인된다.

개인사업자가 정부 주요 행사 용역을 맡는 경우는 거의 없다. 2015년 박근혜 정부 때도 청와대 의전 행사를 한 ㅇ사가 법인 등기를 하지 않고 일감을 딴 적이 있는데, ㅇ사가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공연기획사 ㄴ사 대표는 “(법인 등기를 하지 않은 신생 업체의 수주는) 대통령 비서실이 ‘오케이’ 하지 않는다. 일해본 경험이 없는 회사인데 무엇을 믿고 사업을 주겠느냐”고 말했다. 업계 상위권 업체 ㄱ사 대표도 “나라에서 큰 행사를 할 때 안정적인 회사를 찾는 건 상식”이라며 “특수한 관계가 아니라면 개인사업자가 (청와대 행사를) 따기는 어렵다”고 했다. 또 다른 공연기획사인 ㄷ사 대표는 “(법인 등기 전에) 개인사업자에 불과한 노바운더리가 대통령 행사부터 맡은 건 아예 출발선이 다른 불공정”이라며 “아무나 그런 기회를 잡을 순 없다”고 말했다.

2017년 8월20일 ‘국민인수위원회 대국민 보고대회’를 진행할 당시 법인 등기도 안 된 노바운더리에 예산을 집행한 행정안전부 관계자도 이런 조처에 ‘특혜’ 소지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청와대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미리 업체를 선정해놓고 예산 지원을 하라고 요청했다”며 “일반적이지 않은 요청이었지만 정권 출범 직후에 급한 상황이었고, 간단한 행사라서 그렇게 진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노바운더리의 행사 수주에 탁 비서관과 이씨, 장씨의 개인적인 인연이 배경이 된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이씨와 장씨는 탁 비서관과 함께 2012년 8월 <공연 행사 제작 매뉴얼>이라는 책을 냈다. 탁 비서관은 책에서 “어려운 시절, 어려운 공연 하느라 고생한, 팔자에 없는 책을 엮어내느라 고생한 피디(PD)에게 오랜만에 칭찬을 한다”고 썼다. 탁 비서관은 2013년 5월 쓴 산문집 <흔들리며 흔들거리며>에서 이씨와 장씨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때 들어와 맞지만 않았지 온갖 욕을 처들으면서 꿋꿋하게 버텨준 이들”이라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노바운더리 대표 이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청와대나 탁 비서관이 행사와 관련해 직접 연락한 일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쪽은 대통령 관련 행사 수주와 관련해 법이나 규정을 어긴 게 없고 내부 감사에서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김민제 박준용 김완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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