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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법농단’ 사건 변호인, 주심판사 친족 로펌으로 옮겨…공정성 우려

등록 2020-07-02 14:25수정 2020-07-02 14:50

법관 친족 근무하는 로펌 수임 사건
재판부 “1년3개월 심리, 상당 진행…재배당 안해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019년 5월2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가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019년 5월2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가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쪽 변호인이 최근 주심판사 매제와 같은 법무법인으로 소속을 옮겨 향후 재판 공정성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윤종섭)는 2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실장 등의 재판에서 이 전 실장 쪽 변호인인 민병훈 변호사에게 “재판 공정성 우려에 대비해 미리 밝혀둔다. 개인법률사무소인 ‘공감’에서 최근 법무법인 유한 ‘케이에이치엘’로 소속을 옮긴 것이 맞느냐”고 묻자 민 변호사가 “그렇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민 변호사가 케이에이치엘 소속으로 변호인 선임 신고서를 새로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

법무법인 케이에이치엘에는 이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의 주심판사인 김용신 판사의 매제가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 2013년 배우자나 2촌 이내 친족인 변호사가 근무하는 법무법인 등에서 수임한 사건을 담당하는 법관은 해당 사건을 처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권고의견을 제시했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 쪽 변호사가 주심판사 매제가 근무하는 법무법인으로 소속을 옮겨 공직자윤리위가 제시한 유의사항에 해당한다.

그러나 재판부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사건 재배당 기준 2항을 근거로 들어 “이 사건은 이미 심리가 상당 정도 진행된 경우에 해당해 재배당을 요청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 전 실장이 기소된 뒤 약 1년 3개월 동안 25차례 공판기일을 열었다”며 “상당 분량의 서증조사와 검사가 신청한 증인 18명 가운데 17명에 대한 증인 신문이 이뤄줬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판 공정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심리가 긴 시간 진행된 경우 사건 재배당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재판부도 재판 공정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여 향후 공정한 재판 진행에 더 유의하지 않을까 판단된다”고 말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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