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뒤 재범방지교육을 받는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자신의 잘못에 견줘 처벌이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적으론 500시간까지 교육을 명령할 수 있으나 법원이 대부분 단기간 교육을 강제하는 데 그쳐 교육의 실효성이 떨어진단 지적이 나온다.
15일 <한겨레>가 입수한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양평원)의 ‘아동·청소년 대상 재범방지교육 보고서’(2019)를 보면, 지난해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중 재범방지교육 이수명령을 받은 이들 중 24.4%(191명)는 “일부 잘못은 있었지만 법적 처벌을 받을 만큼 큰 잘못은 아니었다”고 답했다. 25.4%(199명)는 “잘못을 전적으로 인정하지만 법적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높다”고 답했으며, 7.6%(60명)는 “잘못이 전혀 없고, 부당하게 처벌을 받았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거나, ‘과잉처벌을 당했다’고 답한 것이다. 잘못을 전적으로 인정하고 재판 결과에 수긍한다고 답한 사람은 절반 이하인 324명(41.3%)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교육 대상인 1018명 중 7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다.
이처럼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저지르고 재범방지교육 명령을 받은 이들 대부분이 단기간 교육을 받는 데 그친다. 보호관찰과 성범죄 재범방지교육 이수 등을 조건으로 선고를 유예받은 이들이다. 이번 조사에 응한 이들 중 76.3%(598명)는 40시간 이하의 교육을 받았다. 유죄 판단을 받고도 하루 8시간씩 닷새 동안 교육받은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5억2400만원을 들여 법무부에서 위탁받은 1018명에게 성범죄 재범방지교육을 실시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성범죄 재범방지교육 이수는 이를 조건으로 관대한 처분을 해주는 조처인데, 수십년에 걸쳐서 잘못 형성된 성인지사고가 40시간의 단기간 교육으로 개선될지 의문이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엄벌 없이 교육만으로 개선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에서 13.4%(105명)는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재범 이상의 성범죄자로 확인됐다.
엄벌도 중요하지만, 재범방지교육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대부분의 교육이 40시간에 그치는 건 법원이 범죄의 무게를 가볍게 보고 있음을 방증한다. 교육 내용도 범죄자의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이뤄지는데, 교육 내용과 시간을 모두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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