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기간 만료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준비단에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요구로 “블라인드 펀드라서 투자처를 몰랐다”는 취지의 해명이 반영됐다는 검찰 쪽 증거가 제시됐다. 정 교수 쪽 변호인의 반대 신문은 오는 12일 공판에서 이어진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재판장 임정엽)는 11일 정 교수 재판에서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인 조아무개씨의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조씨는 검찰이 정 교수의 사모펀드 관련 혐의의 핵심 공범으로 지목한 사람이다.
검찰은 이날 지난해 8월 조 전 장관이 법무부 후보자로 내정된 당시 청문회 준비단에 제출된 사모펀드 관련 해명자료를 제시하며 “해명자료엔 ‘정 교수는 블라인드 펀드라서 투자처를 모른다’는 내용이 있는데, 조씨가 작성한 해명자료 초안을 보면 이런 내용이 없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블라인드 펀드는 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은 채 펀드를 조성한 뒤 투자 대상을 찾아 투자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검찰 쪽은 정 교수가 조씨로부터 투자 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듣고 직접 투자한 것으로 보고 있다. 블라인드 방식의 투자가 아니었다면 정 교수의 증거위조∙인멸교사 혐의는 물론 고위공직자·배우자의 주식 직접투자를 금지한 공직자윤리법에 어긋날 수 있다.
이에 검찰은 “당시 조씨가 정 교수에게 블라인드 펀드를 설명해줬고 그때부터 정 교수가 ‘블라인드 펀드라서 자신은 투자처를 몰랐다’고 해명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이아무개 전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 대표의 신문조서를 제시했다. 검찰은 이어 “같은 해 9월 초 열린 국회 기자간담회에 수정된 문구를 들고 나가 조 전 장관이 ‘가족은 투자처가 어딘지 몰랐다’고 해명한 것을 아느냐”고 물었지만 조씨는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으나 기사를 보고 처음 알았다”고 답했다.
반면 조씨는 정 교수에게 정 교수 동생 명의로 허위 컨설팅 증빙 자료를 발급한 사실은 시인했다. 검찰이 “2017년 7월 초순 정 교수의 동생이 허위 컨설팅한 게 드러나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컨설팅을 하지 않았는데도 허위 증빙 자료를 만들어 정 교수에게 보낸 게 맞지 않느냐”고 묻자 조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코링크PE에 투자하는 대가로 동생 명의로 허위 컨설팅 계약을 맺고 매달 860여만원씩 총 1억5000여만원을 동생 명의의 계좌로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앞서 지난 4일 열린 공판에서 재판부는 “정당하지 못한 절차로 돈을 횡령해서 받았다면 대여자라도 업무상 횡령죄 공범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어 횡령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요 증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횡령 혐의와 관련된 검찰 쪽 신문에 조씨가 수차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을 회피하자 “증언 거부권은 있지만 기억 나는 상황을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면 객관적 사실에 어긋나 위증에 해당한다”며 질책하기도 했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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