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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재용 방어’ 다음날 ‘사법농단 증인’으로 법정에 선 한승

등록 2020-06-10 16:15수정 2020-06-10 19:22

대법원·행정처 주요 보직 거친 엘리트
사법농단 연루돼 사실상 불명예 퇴진
올해 2월 개업 뒤 굵직한 사건 맡아
한승 전 전주지방법원장. 연합뉴스
한승 전 전주지방법원장. 연합뉴스

8일 오전 10시30분 한승 변호사(57·전 전주지법원장)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 들어섰다.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이 부회장의 변호인으로 참석한 것이다. 한 변호사는 장장 8시간30분에 걸친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수사를 주장하는 수사팀에 맞서 결국 의뢰인을 지켜냈다.

다음날 오전 10시, 한 변호사는 다시 서울중앙지법 법정(311호)을 찾았다. 이번엔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의 증인 자격이었다. 한 변호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4∼2015년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을 역임해 사법농단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고 올해 1월 법복을 벗었다. 한 변호사는 이날 재판에서 자신이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으로 있던 시절,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간 권한다툼이 있었고 대법원이 헌재를 견제하려 했다는 부분에 대해선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통합진보당 지방의원직 자격 효력 사건 등 특정 재판을 헌재 견제용으로 쓰려 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세부 논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답을 피했다.

‘대법관 0순위 엘리트 판사’에서 최고의 법원 전관 변호사로 변신한 한 변호사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실질심사 하루 전 급하게 선임돼 법원으로부터 ‘기각’ 결정을 받아내면서 주목도는 더욱 높아졌다.

한 변호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거쳐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으로 발탁돼 대법원의 브레인으로 활약했지만 사법농단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사법농단 관련 문건 대부분이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과 사법정책실에서 만들어졌기에 더더욱 그렇다. 그가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의 지시로 강제징용 배상 사건 판결에 대한 외교부 의견을 참고인 의견서 제출 제도를 통해 대법원 재판부에 전달될 수 있도록 심의관에게 검토를 지시한 의혹도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다. 대법관 후보로 손꼽혔던 한 변호사가 지난 2월 전주지방법원장을 끝으로 사임한 데에도 이러한 배경이 깔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에도 증인으로 출석한 그는 검찰이 “박병대 처장 지시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에 외교부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지시했느냐”는 질문에 “기억은 불분명하나 참고인 의견서 제출 제도 도입을 검토하라는 취지로 이해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의 별명은 ‘면도날’이다. 일 처리가 깔끔하고 판사로서의 법리적 능력과 사법행정가로서의 자질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사법농단 사태 전까지만 해도 그는 인격과 능력을 갖춘 ‘엘리트 법관’으로 통했다. 전통적인 법원 엘리트 연구 모임이었던 ‘민사판례연구회(민판연)’ 소속이면서도 초임 때는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우리법)’에서도 활동했기 때문에 여러 판사들과도 두루 인연을 맺었다. 전북 전주 출신인 그는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광범 변호사와도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 행정처에서 근무하면서 인연을 맺기도 했다.

이런 배경은 한 변호사가 법복을 벗은 뒤 이른바 ‘잘 나가는 전관’으로 새 이름을 얻은 데 기여한 측면이 크다. 사실상 불명예 퇴진을 한 셈이지만 법원에서 쌓은 능력과 경력, 인간관계 덕분에 굵직한 사건을 맡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법복을 벗은 지 약 4개월만에 이 부회장 사건을 맡게 된 데에도 법리적 탁월함은 물론 출신지역과 법원 내 활동 이력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사법농단 의혹에서 자유롭진 못하지만 형사처벌을 받거나 징계 대상에 오르지 않아 수임에 대한 부담도 덜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수십억원 수임료설이 돌 만큼 한 변호사 또한 결국 ‘전관예우의 최대 수혜자’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변호사는 이 부회장 사건 뿐 아니라 노소영 나비아트센터 관장의 이혼 소송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횡령·배임 상고심도 맡고 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부터 선임재판연구관, 수석재판연구관을 모두 역임한 경력이 전관으로서의 가치를 대폭 높여준 것이다. 서울 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인물 자체의 출중함도 있지만 결국 법원에서 그가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도 중요하다. 주요 보직을 거쳤던 사람이 결국 (전관으로서) 혜택을 보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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