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43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정의연 마포구 쉼터 `평화의 우리집' 손영미 소장을 추모하는 액자와 꽃다발이 놓여져 있다. 이종근 기자 roo2@hani.co.kr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쉼터를 16년동안 지켜온 고 손영미 ‘평화의 우리집’ 소장의 발인이 진행된 10일, 수요시위(수요집회)에 모인 이들은 한마음으로 손 소장을 기렸다. 보수단체의 방해 속에 열린 집회에서 시민들은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날 낮 12시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평화의 소녀상 앞에선 ‘제1443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진행됐다. 100여명의 시민들뿐 아니라, 사흘간의 손 소장 장례절차를 마치고 온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활동가들도 자리를 지켰다. 이번 수요시위는 손 소장을 추모하는 자리로 만들어졌다.
이날 수요시위의 주관을 맡은 한국여신자협의회의 이은선 실행위원은 “30년동안 수요시위를 이어왔지만, 그 어느날보다 비통하고 엄중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지난 한 달 동안 갖가지 왜곡과 거짓, 폭력이 수요시위와 정의연의 활동을 왜곡, 폄하, 비방하던 와중에 위안부 운동의 토대인 할머니들을 보살피고 온갖 뒷바라지를 하신 손 소장을 잃은 날이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장례의 상주를 맡아 이날 발인까지 책임지고 온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손 소장은 검찰의 과잉수사, 언론의 무차별한 취재 경쟁, 반인권적 취재 행태에 힘겨워하셨고 불안해 하셨음에도 쉼터에 계신 길원옥 할머니의 안위를 우선시하셨다”며 “끝까지 지켜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손 소장이 마지막으로 남긴 문자메시지를 읽으면서 결국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이사장님, 수고가 많으셔서 어쩌나요? 할머니 식사 잘하시고 잘 계십니다.” 이 이사장이 소개한 문자의 내용이다.
그러면서 “고인의 죽음 뒤에도 각종 예단과 억측, 무분별한 의혹 제기, 책임 전가와 신상털이, 유가족과 활동가들에 대한 무분별한 접근과 불법촬영까지 언론의 여전한 취재행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사회적 살인행위에 반성은커녕 카메라와 펜으로 다시 사자에 대한 모욕과 명예훼손을 일삼고 있습니다. 참담하고 비통할 따름”이라고 언론의 취재 행태를 꼬집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창립 멤버인 김혜원 정의연 고문도 이 자리에서 “우리의 공든 탑을 무너뜨리려는 불순한 반대 세력이 우리를 집요하게 공격한다”며 “결코 물러서지 않고 일본이 할머니에게 사죄하고, 전쟁 범죄를 사죄하는 그날까지 씩씩하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43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가자들이 정의연 마포구 쉼터 `평화의 우리집' 손영미 소장을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10일 수요시위를 방해하고 있는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 채윤태 기자
이날 수요시위가 시작되자 평화의 소녀상을 둘러싼 보수단체들은 확성기로 소음을 내며 집회를 방해했다. 경찰이 충돌을 막기위해 보수단체들을 둘러싸고 소리를 줄일 것을 요구했지만 이들은 “왜 우리만 가둬 놓느냐. 집회신고를 했다. 우리도 집회 시위의 자유가 있다”며 더 큰 소리로 항의했다. 양쪽에서 들리는 굉음에도 수요시위 참가자들은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에서 손 소장을 추모했다. 소녀상 옆에는 손 소장을 기리는 조화와 영정이 놓였고, 참가자들은 손 소장의 생전 영상과 사진을 함께 봤다. 영상에서 손 소장의 목소리가 나오자, 참가자들은 참고 있던 눈물을 터뜨렸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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