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이 8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연 ‘30년 장애인일자리정책 사망선고’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22일 숨진 김재순씨의 아버지 김선양(51·왼쪽)씨가 발언하고 있다.
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 시민들 손에 들린 국화꽃이 한 청년의 영정 사진 앞에 하나둘 놓였다. 지난달 22일 안전장치 하나 없이 재활용업체에서 일하다 합성수지 파쇄기에 끼어 숨진 26살 중증 지적장애인 김재순씨를 추모하기 위한 발걸음이었다. 김씨가 숨진 현장에는 파쇄기 덮개, 추락방지 발판, 비상정리 리모컨이 없었다. 2인1조로 작업해야 한다는 규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
▶관련 기사 : [한겨레 프리즘] 홀로 파쇄기에 올랐다 숨진, 김재순은 김용균이다)
8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 설치된 고 김재순씨의 빈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김재순씨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라고 호소했다. 권명숙 서울진보연대 집행위원장은 “김재순의 죽음은 운이 없어서 죽은 것이 아니라 누군가는 죽어야만 하는 시스템이 만든 사회적 타살”이라며 “일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거나 노예 수준의 노동을 강요당하는 게 이 사회 장애인들의 처지다. 가장 취약한 존재들이 가장 열악한 현장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애인들의 사회적 타살은 잊을만하면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전남 여수의 한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로 일했던 24살 설요한씨가 상담 실적 등을 채우지 못하면 급여를 회수해가는 열악한 노동 환경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30년 전 도입된 장애인고용촉진법과 관련해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은 기업이 내는 장애인 고용분담금을 다시 장애인을 고용하는 기업에 돌려주는데, 이때 장애인들 노동 환경 개선이나 안전한 작업환경을 위한 비용으로만 쓰도록 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씨의 아버지 김선양(51)씨는 “재순이가 일한 사업장 사장은 재순이에게 허드렛일만 시켰는데 스스로 기계를 돌리다 죽었다고 했다”며 “두 번 다시 젊은 청춘들이 소리 없이 죽어가고 억울하게 죽어가서는 안 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노동자와 가족들이 행복하고 안전한 일터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강재구 기자
j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