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 앞에서 ‘평화의 우리집’ 소장 손영미씨의 부고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가까이에서 지원해온 ‘평화의 우리집’ 손영미(60) 소장이 숨진 사실이 알려진 7일 아침,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 앞은 충격에 잠긴 듯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이날 오전 10시께 손씨의 부음이 확인되자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평화의 우리집에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취재진보다 앞서 현장에 도착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손씨에게 2004년 쉼터 일을 맡아달라고 부탁한 뒤 줄곧 가족이자 동지로 지내온 윤 의원은 검은색 상하의를 입은 채 흐느끼며 쉼터에 들어서는 이들을 맞았다. 윤 의원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저는) 뒤로 물러설 곳도 없었고 옆으로 피할 길도 없어서 앞으로 갈 수밖에 없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버텼다. 내 피가 말라가는 것만 생각하느라 우리 소장님 피가 말라가는 것은 살피지 못했다”며 “정말 미안하다”고 돌이켰다.
이어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현 관계자들과 피해 할머니들의 유가족들도 비통한 표정으로 쉼터를 찾았다. 길원옥(92) 할머니의 아들 황아무개씨는 이날 오후 쉼터를 찾아 “어머니를 16년 동안 돌보던 분이 돌아가셔서 마음이 많이 아프다”고 심경을 밝혔다. 현재 평화의 우리집에 거주하는 위안부 피해자는 길 할머니 한분이다.
쉼터 안팎에선 분별 없는 취재를 이어온 일부 언론을 향한 분노가 여러차례 터져나왔다. 쉼터를 방문한 한 남성은 기자들을 향해 “여러분이 계속 여기에 와서 벨을 눌러서 (고인이) 얼마나 시달렸는지 아시냐. 당장 가시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고인에 대한 예의를 지켜주시라. (사진) 하나라도 나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오후 2시10분께 현 상황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려 쉼터 밖에 나선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도 취재진에 대해 불쾌함을 표했다. 이 이사장은 성명문을 낭독하기에 앞서 맞은편 건물 옥상에서 촬영을 시도 중이던 기자들을 향해 “파파라치처럼 위에서 카메라로 찍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의연은 이날 성명에서 “(손씨가) 언론의 과도한 취재경쟁으로 쏟아지는 전화와 초인종 벨소리, 카메라 세례로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밝힌 바 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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