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지원금으로 구매한 재료로 김성준씨의 자녀들이 만든 가족 얼굴 쿠키 반죽.
“습관처럼 늘 대형마트를 찾았는데, 긴급재난지원금을 계기로 동네의 작은 가게들을 돌아보면서 ‘여기는 과일이 좋고, 여기는 고기가 싸구나’ 알게 되었지요. 쇼핑을 하며 자연스럽게 지역 상점들을 자세히 살펴보게 된 점이 제일 좋았습니다.”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한 소감에 대해 통신을 통한 ‘비대면’ 인터뷰 중 질문을 던지자 김성준(37)씨가 답했다. 정부가 코로나 19 위기를 극복할 국민 안전망을 제공하고자 한시적으로 실시한 이번 지원제도로 세 자녀를 둔 김씨 부부는 4인이상 가구에 해당해 최고지원수준인 100만원을 받았다. 평소에도 사진찍기를 즐겨하는 그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한 순간들도 다양한 인증샷으로 남겼다.
김성준씨 가족이 지금까지 긴급재난지원금으로 가장 큰 액수를 지출한 삼겹살 외식 현장.
“처음에는 어디에서 써야하는지 몰라서 여기 저기 카드를 내밀었지요. 그러다가 대형마트 안에 있는 카페에서 버블티를 마시게 된 것이 첫 구매였어요.”
그 뒤로는 일사천리, 가장 큰 사용액은 삼겹살 외식에 쓴 5만원과 자동차 주유비 3만원이다.
혹시 어떤 기준으로 지원금 사용처를 결정하는가 물었더니 우선순위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생각지도 못한 수입은 살림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아직 등교하지 못한 채 집에서 온라인 수업 중인 자녀들의 학업을 살피고, 삼시세끼 식사를 차려내는 등 더욱 무거워진 돌봄 스트레스에 버겁던 부모에게도 고마운 쉼표였다. 지원금을 쓰기 위해 가장 자주 찾는 곳은 식재료를 구매하는 동네 슈퍼마켓이다. 코로나19 탓에 외출도 자제하는 아이들을 위해 달고나와 쿠키를 만들 재료도 샀다. 설탕을 젓고 밀가루 반죽을 주무르는 아이들의 진지하고 즐거운 표정도 모두 아버지의 카메라에 담겼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4일부터 24일까지 지급이 완료된 긴급재난지원금 액수가 총 12조7136억원, 수령 가구는 2015만가구로 집계됐다고 25일 밝혔다. 이는 긴급재난지원금 총예산 14조2448억원 가운데 약 89.3%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전체 지급 대상 2171만가구 중에서는 92.8%가 지원금을 받았다.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에도 저마다의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후기가 올라오고 있다. 포스트 이후의 시대에 우리 공동체가 새로운 표준을 논의할 바탕이 되어줄 소중한 공통의 경험치들을 사진으로 모아본다.
김성준 씨(왼쪽 사진 가운데)가 자녀들과 간식과 놀이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과자 만들기’ 활동을 하고 있다.
추억의 달고나 뽑기 세트도 긴급재난지원금 ‘득템’ 리스트 가운데 하나이다.
초등학교 4학년 김세빈 양(오른쪽)이 한산한 놀이터에서 마스크를 쓴 채 비눗방울을 만들고 있다. 김 양의 아버지는 학교 가지 않는 아이들을 돌보는 동안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인한 여유가 단비와 같았다고 말한다.
이정아 기자, 사진 김성준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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