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아베반일 청년학생공동행동 회원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2015 한-일 합의 폐기’와 ‘소녀상 철거 반대’ 등을 촉구하며 1596일째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후원금 사용처 의혹과 관련해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강하게 반박했지만, 회계 처리를 부실하게 한 사실이 일부 드러나면서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국세청은 정의연의 회계 처리가 잘못된 부분을 확인하고 재공시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겨레>가 12일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국세청 홈택스에 공시된 정의연의 기부금 지출 내역이 일부 부실하게 작성돼 있다. 정의연은 2019년 결산 자료에서 상조회사인 ‘태양상조’ 쪽에 기부금 1174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기록했다. 하지만 태양상조 쪽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2019년도에 정의연이 태양상조에 지출한 내역은 없다”며 “우리는 지난해 김복동 할머니 장례식 때 물품을 지원한 사실만 있다”고 설명했다. 정의연은 이에 대해 회계 처리 실수는 인정하면서도 잘못된 처리는 아니라고 밝혔다.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은 “태양상조가 우리에게 입관용품과 수의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면 우리가 현물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하는데 그 영수증을 회계 처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상조의 인터넷 누리집을 보면 2017년까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장례를 무료로 지원했다고 소개한다.
정의연이 11일 기자회견에서 설명한 내용 중에 의문이 남는 부분도 있다. 정의연 쪽은 윤미향 전 대표(더불어시민당 당선자)의 남편이 운영하는 <수원시민신문> 쪽에 홍보비가 지출된 적이 있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정의연이 매해 1회 발행하는 <정의기억연대신문>의 제호 옆에는 ‘수원시민신문’이 편집·디자인한 곳으로 적혀 있다. 정의연은 <한겨레>에 “(기자회견) 당시에는 배너 관련 홍보비 지출이 없냐고 물어봐서 없다고 대답한 것”이라며 “다른 곳과 견적을 비교한 뒤 (수원시민신문에) 신문 제작을 맡기고 노동의 대가를 지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적은 인원으로 조직을 운영하면서 겪는 어려움에는 공감하면서도 기부자들을 위해서 좀 더 투명하게 기부금 집행 내역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공익단체의 회계감사를 맡고 있는 한 회계사는 “정의연 입장에서는 양식에 맞춰 결산 자료를 공시했겠지만 자세한 설명이 없어서 의혹이 제기될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국정농단 당시 몇몇 비영리 재단들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고 최근에는 공익법인의 의무가 아니라도 외부감사를 받자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정의연이 공시한 자료에 일부 오류가 있긴 하지만 탈세 등의 고의성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월 결손 등에서 일부 잘못 기재된 게 있지만, 재무제표 결산상으로는 정상적으로 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공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재공시를 요청할 계획이다. 추가 조사를 검토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통상적으로 매해 7월에 공익법인 결산 내용을 검토해 회계 처리에 문제가 있는 곳에 재공시를 요청한다. 국세청의 방침에 대해 정의연은 “국세청에서 재공시 요청이 오면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이날 한 시민단체가 윤미향 전 대표를 횡령·사기 등 혐의로 수사의뢰한 사건을 서울서부지검에 배당했다. 정의연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어 “지지와 꾸짖음으로 지난 30년 운동을 만들고 지켜왔던 국내외 시민들의 연대를 마음속에 깊이 새기고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과 명예회복을 최우선에 두고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고 했다.
이재호 이경미 전광준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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