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강아지를 경품으로 드립니다” 개들의 수난? 축복?

등록 2006-01-11 10:14수정 2006-01-11 10:18

세이브존 노원점 진돗개 분양 경품행사 안내 화면.
세이브존 노원점 진돗개 분양 경품행사 안내 화면.
롯데백화점 등 ‘개의해’ 맞아 경품행사

“초등학교 앞에서 판매됐던 메추리나 병아리, 토끼를 키운 경험이 있어요. 잘 키우고 싶었지만, 금방 죽었죠. 경품으로 내걸린 강아지들이 과연 제대로 자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서울시 구로구 김아무개씨)

주요 쇼핑몰들이 개띠 새해를 맞아 이색적인 ‘강아지 마케팅’을 펼쳐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소중한 생명체가 ‘경품’으로 내걸린 것에 대해 기업체의 상술이 생명을 경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롯데백화점은 이달 2일부터 8일까지 수도권 12개 매장에서 하루 10만원 이상 구매 고객이나 애견과 함께 찍은 사진을 가져온 고객 가운데 9일 10명을 추첨해 ‘명견’을 분양했다. 롯데백화점은 ‘세계 10개국 명견을 소유하세요’라며 내놓은 경품은 독일 슈나우저, 중국 시츄, 프랑스 푸들, 한국 진돗개, 영국 요크셔테리어, 이탈리아 말티즈, 멕시코 치와와, 미국 코코스파니엘, 러시아 시베리안허스키, 유고 달마시안 등 생후 두 달된 수컷강아지다.

개를 키울 능력이나 태도보다 ‘행운’으로 강아지 분양

할인점 세이브존 노원점은 이달 4일부터 10일까지 1만원 이상 구매 고객을 상대로 ‘병술년 개띠해 기념 진돗개 증정’ 행사를 마련, 40~50일령 진돗개(암·수컷 5마리씩) 10마리를 11일 추첨을 통해 분양할 예정이다.

이에 누리꾼들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미디어다음> 아고라에는 지난 7일부터 “소중한 어린 생명들이 경품화 되고 있습니다”라는 청원 게시판이 만들어져 항의 서명을 받고 있으며, 11일까지 2700여명 이 동참했다. 서명을 제안한 ‘정은’은 “주인에게 학대당하거나 버림받는 강아지, 영문도 모른 채 안락사당하고 있는 동물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이 시점에 강아지를 경품으로 제공하는 행사는 잘못된 것”이라며 “롯데백화점과 세이브존 노원점은 경품행사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서명에 동참한 누리꾼들은 하나같이 경제난으로 버려지는 애완견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개를 키울 능력이나 마음가짐, 경제적 능력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애완견을 분양하는 것은 생명 경시 풍조를 조장을 떠나 개의 생명까지 해칠 우려가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품에 올라 있는 달마시안, 진돗개, 시베리안 허스키 등은 일반인들이 키울 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루미’는 “지금 생명 갖고 장난하는 거냐?”고 분노를 표시했고, 김윤지씨는 “강아지도 사람과 같은 생명을 가진 동물”이라고 꼬집었다. ‘쁘니’는 “강아지를 좋아해 기르는 사람들도 힘들어지면 버리는 것이 세태인데 아무한테나 무작위로 주느냐”며 “책임감이 필요한 사람에게 강아지를 분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아지를 가족으로 여기고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만 키워야”

롯데백화점 애견 분양 경품행사 안내 화면.
롯데백화점 애견 분양 경품행사 안내 화면.

‘love80’는 “강아지를 가족으로 여기고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만 강아지를 키워야 한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으며, ‘dbgn’는 “애견을 입양하는 것도 어린 아이를 입양하듯히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라며 “경품행사는 생각 없고 무책임한 처사”라고 말했다.

‘할머니’도 “강아지를 기르는 것은 갓난아기를 키우는 정성 못지 않다”라며 “충분한 각오 없이 강아지를 입양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anahita’는 “이참에 생명이 있는 생물을 경품으로 주는 행위를 아예 법으로 금지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윤신근 애견종합병원 원장(한국동몰보호연구회 회장)은 누리꾼들의 이런 움직임에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강아지를 경품으로 줄 경우 살아있는 생명체에 대한 경외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며 “다만, 경품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기업체가 애견 관리나 요령, 동물을 바라보는 관점 등에 대해 교육이나 홍보의 과정을 반드시 거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체의 강아지 경품행사에 대해서는 “돈벌이나 뜨고 보자는 임기응변식의 행사는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경품을 받은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 “강아지 키우고 싶은 사람이 응모하지 않겠나…좋은 취지 행사”

한편,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애견에 관심이 있거나 강아지를 키우고 싶은 사람이 행사에 응모하지 않았겠느냐”라며 “당첨자에게는 사양관리 매뉴얼을 별도로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세이브존 관계자도 “병술년을 기념해 강아지를 분양하는 행사를 했는데 반감을 가진 사람도 있는 것 같다”며 “좋은 취지의 행사라고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속보] 검찰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기소…“혐의 입증할 증거 충분” 1.

[속보] 검찰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기소…“혐의 입증할 증거 충분”

검찰, 윤석열 구속기소…헌정사상 첫 현직 대통령 재판행 2.

검찰, 윤석열 구속기소…헌정사상 첫 현직 대통령 재판행

윤석열 변호인단 “대통령 구속기소는 검찰 역사의 치욕” 3.

윤석열 변호인단 “대통령 구속기소는 검찰 역사의 치욕”

한반도 상공 ‘폭설 소용돌이’…설 연휴 30㎝ 쌓인다 4.

한반도 상공 ‘폭설 소용돌이’…설 연휴 30㎝ 쌓인다

전도사 “빨갱이 잡으러 법원 침투”…‘전광훈 영향’ 광폭 수사 5.

전도사 “빨갱이 잡으러 법원 침투”…‘전광훈 영향’ 광폭 수사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