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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과거 잘못 ‘추상적 반성’…법조계 “재판 영향 제한적일 수도“

등록 2020-05-06 18:53수정 2020-05-07 14:31

승계과정 불법 내용 언급 없어
물산·모직 합병 의혹, 삼바 회계 사기
한마디도 없고 책임소재도 안밝혀

파기환송심 재판·수사 영향줄까
법조계 '추상적 반성' 평가 지배적
준법감시위 기능에 의문 커질 수도
삼성 피해자 공동 투쟁, 삼성해고 노동자 고공농성공대위 회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직접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삼성 피해자 공동 투쟁, 삼성해고 노동자 고공농성공대위 회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직접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6일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전격적인 사과문 발표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감형을 겨냥한 측면이 있다. 이날 사과문 발표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의 권고에 따른 것인데, 앞서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준법위 활동의 실효성 여부를 양형에 참작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사과문 발표가 이 부회장 재판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부회장의 사과문 발표를 앞두고 법조계의 관심은 ‘이 부회장이 자신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벌인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인정할지’였다. 그러나 사과문에는 ‘과거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 인정’이 빠졌다.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알맹이’가 빠진 셈이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 발언은 미래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는 과거 재판을 받았던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에스디에스(SDS) 사건, 현재 진행중인 국정농단 관련 ‘뇌물 혐의 재판’을 언급하면서도 자신의 책임은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미래’로 건너뛰었다.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범죄’ 혐의를 어떻게 정리할지는 생략한 것이다.

이 부회장의 사과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재벌 수사에 밝은 한 변호사는 “굳이 의미를 찾자면 이재용 부회장이 승계 관련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전제’로 발표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뇌물 사건 파기환송심의 피고인이자,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회계사기 사건의 피의자 신분이다. 이 사건들은 모두 이 부회장에게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불법행위’로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이 이번 사과문에서 ‘승계 문제’와 관련해 “법을 어기는 일”,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는데, 과거에는 그런 불법·편법이 있었다는 것을 전제로 한 문장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불법행위의 구체적인 내용과 책임 소재가 빠진데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 삼성바이오 회계사기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어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적어도 최근 7∼8년간 삼성의 최종적인 의사결정자였다. 그 과정에서 벌어진 불법행위에 대해 본인이 보고를 받았는지, 그게 아니라면 임직원들이 알아서 한 일인지를 정확히 밝히고, 그에 대한 책임 소재와 문책 의사를 밝혔어야 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이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

사과가 과거에 대한 추상적인 반성에 머문 만큼 향후 파기환송심 재판과 검찰 수사에 끼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이 특검의 기피신청으로 공전 중인데다, ‘알맹이 빠진 사과’로 준감위의 기능에 의문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는 삼성물산 합병과 회계사기의 ‘최종 수혜자’인 이 부회장 소환 일정을 저울질하고 있다. 박영수 특검팀은 준감위 설치 등 이번 사과의 판을 깔아준 파기환송심 재판장(정준영 부장판사)에 대한 기피신청에 집중하는 등 이 부회장에게 뇌물 범죄의 엄격한 책임을 묻기 위한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임재우 장예지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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