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속옷 빨래 숙제’ 그 교사만 문제였을까

등록 2020-05-06 18:14수정 2020-05-07 02:43

일부 교사 “유능한 사람” 옹호도
교육 현장 간부 교사들은 “언행 조심” 쉬쉬
5년간 성 비위 징계 교원 686명
“교사 성인지감수성 교육 강화를”
울산시교육청.
울산시교육청.

“그 사람 아주 유능한 교사라던데?”

초등학교 교사인 ㄱ씨는 최근 동료 교사 ㄴ씨와 대화하다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울산의 한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가 속옷빨래 숙제를 내주고 학생들에게 부적절한 표현을 해 직위해제됐다는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교사로서 기본적 자질마저 의심케 하는 사건으로 수사망에 올랐는데도 동료 교사가 그를 두둔하고 나선 것이다. ㄱ씨 등이 아연해 사건의 심각성을 강조했지만 ㄴ씨는 학생들이 입었을 피해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가해 교사와) 한 다리 건너 아는 사이인데 아주 성실하다더라”는 이야기만 거듭했다.

어린 제자들을 상대로 성희롱을 일삼은 교사를 두고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여론이 거세다. 지난 3일 울산시교육청이 물의를 빚은 교사를 직위해제한 데 이어 경찰도 이 교사에게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가 있는지 수사중이다. 6일 오후 이 교사를 파면시켜달라는 취지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15만건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하지만 일부 학교 현장에선 사건의 본질을 왜곡·축소하는 발언 등이 나오고 있어 교사 사회에선 교사 개인에 대한 징계에 그치지 말고 교사들의 성인지감수성을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등학교 교사 ㄷ씨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울산 사건과 관련해 학교로부터 ‘온라인 공간에 사진 올리는 과제를 자제하고 (학생에게) 답변을 할 때 언행에 조심하라’는 핵심과 어긋난 지침만 공유 받았다. 간부 교사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듯하다”고 성토했다. 또 다른 교사 ㄹ씨도 “논란 이후 간부 교사에게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을 수 있는 과제는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관리자 입장에선 그냥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게 목표인 듯하다”고 말했다. 초등 교사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가해 교사가 악의적이었던 건 아닌 것 같은데 과도한 마녀사냥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의 소지는 있지만 그냥 장난으로 한 행동들 같다’는 등의 글이 올라와 지탄을 받기도 했다.

교사들은 교직사회 전반의 성차별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꾸라지 한 마리’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2015~2019년 성폭력·성매매 등 성 비위로 징계를 받은 교원은 686명에 이른다. 지난해엔 서울교육대학교 등의 단체 대화방에서 현직 초등 교사인 일부 졸업생들이 재학시절 여학생들을 품평하고 성희롱한 일이 폭로되기도 했다.

초등성평등연구회의 서한솔 교사는 “학교는 여성이 많은 조직이지만 고위직으로 갈수록 남자 교사들이 많고 남교사들의 친목모임에서 인사 등 중요한 결정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일부 교사들의 왜곡된 성인식이 아이들에게까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짚었다. 서 교사는 또 “학생들이 성폭력 피해를 알릴 수 있는 창구를 교내에 마련하고 학교 밖에서도 미성년자를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인식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의 황고운 교사도 “초등 교사는 자기 교실 안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다른 이들에게 간섭받는 경우가 드물다. 사회적 변화에 맞춰 성인지감수성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윤경 기자 ygpar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단독] 도이치 2차 주포, 김건희 포함 “초기 투자자 엑시트 시켜줬다” 1.

[단독] 도이치 2차 주포, 김건희 포함 “초기 투자자 엑시트 시켜줬다”

“울엄니 만나러 가요 굿바이” 김수미 직접 쓴 유서곡 2.

“울엄니 만나러 가요 굿바이” 김수미 직접 쓴 유서곡

‘친윤의 한동훈 낙마 프로젝트’ 유포자 5명 검찰 송치 3.

‘친윤의 한동훈 낙마 프로젝트’ 유포자 5명 검찰 송치

임금 59억원 체불한 대표 밖에선 ‘기부천사’…익명 신고가 잡았다 4.

임금 59억원 체불한 대표 밖에선 ‘기부천사’…익명 신고가 잡았다

“동성혼 막은 거룩한 나라로” 예배 가장한 혐오…도심에 쏟아졌다 5.

“동성혼 막은 거룩한 나라로” 예배 가장한 혐오…도심에 쏟아졌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