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20일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코웨이코디·코닥지부가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코웨이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왼쪽부터 이흥수 코웨이지부장, 왕일선 코디·코닥지부장, 김순옥 수석부지부장. 코웨이코디·코닥지부 제공
“회사는 ‘너희는 개인사업자라 노조를 인정 못하겠다’며 만나주지도 않아요. 노동청에는 우리가 낸 신고서를 받아주지 말라고 의견서를 보냈고요. 회사에 우리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별도 영업 전담조직 만들어 고객 유치 경쟁시키고, 고객 렌털료 체불까지 책임을 지우는데, 왜 노조를 만들 수가 없나요?”
노동절을 하루 앞둔 30일, 김순옥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코웨이코디·코닥지부’(코디·코닥노조) 수석부지부장이 절박한 목소리로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들은 코웨이가 빌려주는 정수기, 연수기, 비데 등을 점검하고 판매도 하는데, 코디(코웨이레이디)는 여성, 코닥(코웨이닥터)은 남성을 일컫는다. 코디·코닥노조는 조합원 3500여명이 모여 지난해 11월2일 설립했고, 올해 1월31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설립신고서를 냈다. 하지만 이날로 92일째 노동청은 설립필증을 내주지도 기각하지도 않은 채 결정을 보류하고 있다. 노동청 쪽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이 있는 분들에게만 신고증을 교부하는데, 이 경우는 근로자성을 판정하기 어려워 검토가 길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근로자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는 코디·코닥 노동자가 특수고용직노동자(특고)이기 때문이다. ‘일의 내용’으로 보면 노동자지만, 이들은 코웨이와 근로계약이 아닌 위·수탁 계약을 맺은 형식상 개인사업자다. 근로기준법은 말할 것도 없고, 노동조합법도 이들을 ‘근로자’로 규정해놓지 않았다. 택배노조와 웅진코웨이 시에스(CS)닥터 노조 등 고용노동부가 설립필증을 내준 노조가 없지는 않지만, 결정을 하기까지는 매우 더디다.
그사이, 회사의 부당한 요구는 계속되고 이에 대응할 노동자의 권리는 유예된다. 김 부지부장은 “고객이 렌털료를 5개월 이상 연체하면 제품을 판매한 코디·코닥이 판매수수료를 100% 토해내야 한다. 제품 하나 팔려고 고객한테 내 돈 들여 판촉선물도 주고, 두세달치 렌탈료도 대신 내줘야 해 판매수수료를 받아도 온전한 수입이 아닌데, 왜 고객 잘못까지 우리한테 전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 회사가 영업만 전담하는 별도 조직을 만들어, 자신들과 경쟁을 시킨다고 전했다. “비데 하나 점검하면 수수료로 5천원을 받는데, 이걸로는 기름값도 안 나온다. 어떻게든 영업을 많이 해 물건을 팔아야 하는데, 코웨이가 전화로 영업하는 전담조직을 별도로 만들었다. 이 사람들한테는 우리보다 수수료도 많이 주고, 어렵게 유치한 고객을 그쪽에 뺏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개인사업자라지만, 역시 특고노동자인 보험모집인과 마찬가지로 회사가 영업목표를 정해주고 매주 단위, 매달 단위로 점검을 하는 탓에 압박감도 크다. 지난 3월26일부터 4월6일까지 노조가 조합원 218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영업목표 달성을 위해 제품구매 압박을 받았다’는 답변이 81.8%에 달했다. 자신과 가족·지인 명의로 ‘3대 이상’의 제품을 구매한 비중도 79.9%나 됐다.
김 부지부장은 “일할 땐 반드시 회사 옷을 입어야 하는데, 이것도 한벌만 지급해주고 나머지는 자기 돈으로 사야 한다. 매주 화요일엔 마인드 교육으로, 금요일에는 가망고객(제품을 살 가망이 있는 고객)에게 전화를 돌리러 회사로 들어간다”며 “노조 없이 이런 문제가 나아질 수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경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법률원장은 “차라리 노동청이 설립신고서를 반려하면 법원에라도 갈 수 있는데, 신고제인 노조 설립을 심사한다며 보류를 하고 있다. 헌법상 노동자의 기본권을 지연, 침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양진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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