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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수감자가 만든 10대 성착취물, ‘갓갓’이 제작 지시한 정황

등록 2020-04-15 04:59수정 2020-04-15 06:35

복역 20대가 찍은 성착취물
‘갓갓’ 운영한 n번방 영상과
범행 수법·장소 등 동일한데
수감자 제대로 조사 안해
경찰 “범행 지시자 특정 안돼”
징역 3년형 두고도 비판 목소리

10대 여성을 성착취한 영상을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로 최근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20대 남성이 만든 성착취 영상이, 도피 중인 텔레그램 ‘엔(n)번방’ 사건의 핵심 용의자인 닉네임 ‘갓갓’이 운영한 방에 유포됐던 사실이 14일 확인됐다. 이 남성에게 성착취를 지시한 이를 갓갓으로 볼 수 있는 유력한 증거인데, 경찰은 이 남성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형사부(재판장 김정태)는 지난해 8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아무개(29)씨에게 징역 3년형을 선고했다. <한겨레>가 입수한 판결문을 보면, 이씨는 2018년 12월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된 ㄱ씨로부터 네이버에서 만든 메신저 ‘라인’의 채팅 기능을 이용해 “오늘 ○○학원 앞에서 기다리면 여자가 올 것이다. 17살이고, 내 노예다. 성관계는 빼고 스킨십은 다 해도 된다”는 말을 듣고 10대 여성 ㄴ씨를 만나 자신의 차 안에서 유사 성행위를 한 혐의를 받았다. 또 이씨는 ㄱ씨로부터 “피해자와 성관계를 해도 된다”는 말을 들은 뒤 ㄴ씨를 다시 만나 모텔에서 ㄴ씨를 성착취한 영상을 촬영하고 라인의 ‘라이브 방송’ 기능을 통해 단체 채팅방에 전송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씨가 청소년 이용 음란물 제작을 기획하거나 피해자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않았더라도, ㄱ씨와 함께 이 부분 범행에 관해 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엔번방 사건을 초기부터 추적해온 ‘추적단 불꽃’(불꽃)이 <한겨레>에 제공한 자료를 보면, 이씨의 공소사실과 일치하는 성착취 영상이 갓갓이 만든 엔번방에 유포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판결문에 담긴 이씨와 피해자 ㄴ씨가 만난 장소, 유사 성행위 내용, 범행 장소가 지난해 초 갓갓이 만든 엔번방에 올라온 자료에 담긴 내용과 일치한다. 불꽃은 “이씨에게 범행을 지시한 ㄱ씨의 수법이 갓갓의 평소 수법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경찰이 이미 수감 중인 이씨를 불러 조사했다면 갓갓을 추적할 수 있는 단서를 포착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경찰은 이씨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갓갓을 추적하고 있는 경북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시 이씨에게 범행을 지시한 남성은 특정되지 않았다”며 “이 사건이 갓갓과 연결됐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갓갓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이 이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1심 재판부는 “이씨가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으로, 법원에 제출한 반성문의 내용 등을 살펴볼 때 이씨는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이 처벌이 가혹하다며 항소했고, 항소심에서 “범행 이후 피해자가 성명불상자로부터 협박당하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되자 피해자에게 수사기관에 신고할 것을 권유했고, 그로 인해 피해자는 추가 피해를 보지 않게 됐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인 대구고등법원 형사2부(재판장 이재희)도 지난 1월 이씨에 대해 원심과 같은 징역 3년형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상고된 상태다.

오연서 김완 배지현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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