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사전투표가 실시된 10일 낮 서울 종로구 종로구청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 비닐 장갑을 낀 유권자가 투표 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코로나19로 개인위생과 안전을 위해 일회용품 사용이 권장되면서 환경오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방역당국이 코로나19 장기전에 대비한 생활방역 수칙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던 일회용품 자제 흐름을 이어가기 위한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국 1만4330곳의 투표소에 일회용 비닐장갑을 비치할 계획이다. 총 유권자 수는 4390만명가량이다. 환경오염 우려로 “개인 장갑을 가져가자”는 제안이 있었지만 일축됐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일회용 비닐장갑을 쓰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완전한 방역을 위한 사회적 비용이란 취지다.
코로나19로 최근 일회용품 규제는 크게 완화됐다. 정부 지침에 따라 지난 2월 말부터 전국 카페나 식당 등 식품접객업소에선 일회용 컵과 그릇 사용이 허용됐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감염병 위기 경보 ‘경계’ 이상이면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매일같이 바꿔 쓰는 마스크나 택배 증가로 포장재도 늘었다. 주거지 일회용품 통계를 집계하는 서울시 관계자는 “자치구 말을 들어보면 일회용품의 양이 약 15% 늘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환경부가 협약을 맺은 패스트푸드점 등(지난해 말 기준 패스트푸드점 2395곳, 커피전문점 1만1454곳)에서 수거된 종이컵과 플라스틱컵은 코로나19 발생 전인 지난해 11월 4만1천여㎏에서 발생 뒤인 올해 2월 3만6천여㎏으로 줄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경제활동이 침체하면서 카페나 식당에서의 일회용품 사용이 크게 늘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감염병으로 ‘테이크아웃’ 선호 경향이 확산한 것을 고려하면 통계가 제대로 작성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방역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공감대가 있지만, 개인 컵·손수건 사용 등 일회용품 줄이기를 권장하던 사회 분위기가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18년 중국의 수입 금지로 폐기물 재활용 업체들이 폐비닐 수거를 거부하면서 벌어진 ‘쓰레기 대란’ 이후, 커피전문점에서 일회용 컵과 빨대 사용을 금지하고 대형마트에서 일회용 비닐 사용을 제한하는 등 관련 정책들이 나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방역이 폐기물 관리보다 앞서게 된 것이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2021년부터 카페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종이컵 사용을 금지한다고 밝혔는데, 사태가 장기화하면 이 방침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사태가 장기화하면) 일회용품으로 대체돼가는 흐름이 가속화되고 규제의 속도가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생활 방역’으로 방역 기조를 전환하고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는 만큼 일회용품 사용과 관련한 ‘절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투표소에 개인 장갑을 가져가자고 제안한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개인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고 과도한 포장재 사용 등은 거부할 필요가 있다”며 “방역과 폐기물 문제 모두를 아우르는 대안을 준비할 때”라고 말했다. 투표소에 일반 비닐장갑 대신 자연분해되는 비닐장갑을 두자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는 13일 오후 5시 약 2천명이 동의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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