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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코로나 옮길까봐 이제 그만 오래요”…일감도 소득도 끊긴 돌봄 노동자들

등록 2020-04-07 19:49수정 2020-04-08 02:31

방문요양사 “환자가 방문중단 요청”
센터가 일방적 계약해지, 사직 처리
장애인활동지원사도 “보호자가 취소”
3월11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공운수노조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돌봄서비스 노동자 코로나19 안전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3월11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공운수노조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돌봄서비스 노동자 코로나19 안전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연금 사업장 가입자 자격을 상실하셨습니다.”

지난달 말 인천 남동구에 사는 요양보호사 심미영(가명·59)씨는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예기치 않게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본인의 실직 통보를 받은 셈이다. 서둘러 사정을 알아보니 미영씨가 일하던 인천의 한 방문요양센터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한 것이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미영씨가 돌보던 환자가 “더 이상 요양보호사의 방문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7일 <한겨레>가 전화 인터뷰를 한 미영씨 등 돌봄노동자 두명은 코로나19로 갑작스럽게 일자리를 잃은 상태였다. 미영씨는 10년간 일한 베테랑 요양보호사다. 지난해 배우자의 건강이 나빠져 간병하느라 반년간 일을 하지 못하다가, 지난 2월부터 방문요양센터와 1년간 근로계약을 맺고 환자를 돌봐왔다. 폐암 말기 환자의 가정을 방문해 돌보는 것이 미영씨가 맡은 일이었다.

하지만 불과 2주 만에 그는 센터로부터 “환자가 돌봄 중단을 원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미영씨는 “환자와 그 가족이 (제가) 외부를 오가며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옮길까 봐 불안해했다. 그래서 방문 중단을 요청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특수고용직 형태로 기본급 없이 시간당 수당을 받기로 했던 미영씨는 방문이 중단됨과 동시에 소득도 끊겼다. 지난달 중순 센터 쪽은 “위로금을 조금 줄 테니 사직하라”고 했고, 미영씨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결국 사직처리 된 것이다. 그는 “당장 이번달 생활비와 보험료를 친척에게 빌려야 하는 형편”이라며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장애인활동지원사 이현주(47)씨도 비슷한 처지다. 지난해 8월부터 20대 지적장애 여성을 돌보고 있던 그는 시간당 약 1만원씩 수당을 받아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 현주씨가 돌보던 장애 여성의 보호자가 돌봄 중단을 요청했다. 그는 “장애를 가진 자녀의 부모들은 자녀가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에 항상 걱정이 많다. 코로나19 때문에 요즘은 외부인과 접촉하는 걸 더 꺼리더라”고 말했다.

지난달 초부터 복지관을 통해 새로운 방문 가정을 알아보고 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방문 가정 쪽에서 갑자기 (지원을) 안 받는다고 하면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주말에는 예식장 메이크업을 담당하며 ‘투잡’을 뛰어온 현주씨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결혼식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양쪽 일감이 동시에 사라져버렸다.

이처럼 돌봄노동자들이 갑자기 일감이 끊기면서 받는 타격은 적지 않다. 미영씨는 “상당수 보호자들이 코로나19로 돌봄 서비스를 중단하고 있다. 주변 요양보호사 열명 중 세명꼴로 방문 중단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4∼9일 전국요양보호사협회와 전국사회복지유니온이 전국의 요양보호사와 장애인활동지원사 2184명을 대상으로 ‘돌봄노동자 안전대책 및 서비스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이후 이용인의 서비스 기피로 근무를 못 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18%가 ‘그렇다’고 답했다. ‘생계 대책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95%가 ‘아니요’라고 답했다. 이런 조사 결과가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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