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봄’ 온라인 전시를 제안한 만화평론가 이재민씨. 이씨 제공
“홍콩 시민들은 여전히 에스엔에스(SNS)에 ‘자신들을 잊지 말아달라’는 메시지를 올리고 있어요. 우리도 그들에게 ‘우리가 지켜보고 있다’, ‘연대하고 있다’, ‘당신들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답을 주고 싶었어요. 21세기에 맞는 방식의 연대를 생각한 거죠.”
한국의 만화가들이 대규모 반송중 시위에 참여해 민주화를 외친 홍콩 시민들에게 힘을 보태기 위한 온라인 만화 전시를 개최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 만화가 17명이 지난 3일부터 열고 있는 온라인 초단편 만화 전시의 이름은 ‘홍콩, 봄’이다. 오는 6월25일까지 공개되는 이번 온라인 전시는 오랜 시위와 폭력적인 진압으로 상처를 입은 홍콩 시민들에게 연대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취지로 한국 만화가와 만화 평론가들이 개최한 것으로, 5~10컷 분량의 초단편 만화 17편이 온라인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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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중인 만화에는 검은 옷과 헬멧, 마스크 혹은 방독면을 쓰고 시위에 참여한 홍콩 시민들의 모습을 그린 생생한 만화와 함께 작가들이 시민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활자로 담겼다. 한 작가는 ‘존경하는 동지 여러분께’라는 만화에서 ‘더 이상 나이를 먹을 수 없게 된 친구도 있지만 살아남은 우리는 늙어갈 거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일들을 철없던 한 순간으로 추억하는 어른이 되지 말자. 오직 진실만이 우리 가슴에 살아남게 하자’고 했다. 다른 작가들도 만화를 통해 ‘억압과 폭력을 멈추고 우리가 함께하기를’, ‘어제의 홍콩도, 지난주의 홍콩도 기억한다. 우리는 홍콩을 기억한다’는 문구를 담았다.
전시를 제안한 만화평론가 이재민(31)씨는 “1980년 광주에서 있었던 일과 홍콩에서 벌어진 일이 본질적으로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역사로 배우면서 광주를 알게 된 나와 달리 지금 내 또래 홍콩 친구들은 그 현장을 직접 살아내고 있다. 그들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연대의 메시지를 보내고 우리도 홍콩의 상황을 알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며 “홍콩 시민과 전세계인들이 볼 수 있도록 만화를 영어로도 번역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 기획을 총괄한 성인수 작가는 “광주민주화운동 때 시민들도 고립되어 있었다. 당시 독일 기자가 광주의 상황을 찍어 세상에 알린 것처럼 우리도 만화라는 방식으로 ‘우리가 늘 지켜보고 있으니 포기하지 말아달라’는 뜻을 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전시된 만화 17편은 오는 5월 중순 단행본으로 제작될 계획이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