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금융회사 임직원이 직무와 관련해 1억원 이상의 금품을 받았을 경우 이를 10년 이상 징역형으로 가중 처벌하도록 한 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분양대행업체로부터 2억원이 넘는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은행 직원 윤아무개씨가 지신에게 적용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5조 4항 1호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합헌 결정했다고 5일 밝혔다. 9명의 재판관 중 위헌 의견이 5명으로 다수였지만, 위헌 결정을 위해 필요한 정족수 6명에는 미치지 못했다.
윤씨는 금융회사 임직원이 직무와 관련해 1억원 이상의 금품·이익을 받은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규정이 지나쳐 형벌체계상 균형을 잃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그러나 헌재(이은애·이종석·김기영·이미선 재판관)는 “수수액이 늘어날 경우 범행의 불법성과 비난가능성이 증가한다고 봐 징벌의 강도를 높이는 단계적 가중처벌이 책임을 벗어나 과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가중처벌의 기준을 1억원으로 정하면서 징역형의 하단을 10년으로 정한 것은 입법자의 합리적 결단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금융회사 임직원에게는 공무원과 맞먹는 정도의 청렴성 및 업무의 불가매수성이 요구된다”며 “가중처벌 조항이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위헌 의견을 낸 5명의 재판관(유남석·이선애·이석태·이영진·문형배)은 “우리 법체계상 부정한 청탁이 없이 직무와 관련해 수재행위를 한 사인을 형사처벌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수수액에 따라 가중처벌하는 규정은 이 조항이 유일하다”고 밝혔다. 이어 “법정형 하한을 징역 10년 이상으로 정해 작량감경(법관 재량으로 정상을 참작해 형을 감경하는 것)을 해도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원칙에 위배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헌재는 금융회사 등 임직원이 그 직무에 관해 금품 등을 수수·요구·약속한 경우 형사처벌 하도록 규정한 조항에 대해선 재판관 전원일치 합헌 결정했다. 아울러 수수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을 필요적으로 함께 물리도록 한 조항은 6(합헌) 대 3(위헌)으로 합헌 결정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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