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와이어, 위커, 디스코드, 텔레그램 등 각 보안 메신저 로고.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성착취 영상 생산 및 유통 등 근절에 나서고 있는 경찰이 각 보안 메신저 별로 책임수사관서를 지정해 분석과 수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보안 메신저에 따라 특성이 각각 달라 수사 기법 역시 다를 수밖에 없어 책임수사관서가 자신이 전담하는 보안 메신저 분석과 수사의 전문성을 확보하도록 하기 위한 조처다.
경찰청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전문적으로 수사하기 위해서는 집중 모니터하고 연구를 해야 하고, 배워가면서 싸워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각 보안 메신저별로 책임수사관서를 지정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경찰청은 ‘위커’, 서울지방경찰청은 ‘텔레그램’,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디스코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와이어’를 맡는다. 위커는 이른바 ‘박사’ 조주빈(24)씨가 가장 많은 액수인 150만원을 받고 회원들을 가입시켜 준 ‘고액방’이 운영됐던 보안 메신저다. 미국에서 만들어졌으며, 텔레그램 비밀 채팅처럼 지정한 시간이 지나면 메시지를 삭제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다. 별도 지정을 하지 않아도 7일 이내에 무조건 메시지가 삭제된다.
텔레그램은 조씨가 주로 활동했던 보안 메신저이고, 디스코드는 게이머들이 주로 이용하는 음성 및 문자 채팅앱으로 최근 텔레그램에서 활동하던 인물들이 옮겨가 성착취 동영상을 공유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메신저다. 채팅 외에도 정보 공유 기능까지 제공한다. 와이어는 조씨의 공범인 ‘태평양’이 텔레그램에 대한 수사가 좁혀오자 사용하기 시작한 보안 메신저로 대화방 링크 등 초대를 받아야지만 대화가 가능한 특성을 지닌다. 그만큼 더 폐쇄적인 보안 메신저인 셈이다.
경찰은 우선 4개의 보안 메신저를 중심으로 책임수사관서를 지정해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성착취 영상물 등이 공유되는 또 다른 보안 메신저가 등장하면 추가로 책임수사관서를 지정해 해당 보안 메신저에 대한 분석 및 수사 전문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경찰청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보안 메신저가 50개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등에서 주로 쓰이는) ‘위챗’도 문제가 되면 담당을 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완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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