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동대문구 휘봉고등학교에서 조현서(왼쪽), 최경호 교사가 쌍방향 화상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러분, 집에서 잠옷 입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카메라에 모습이 나올 수 있도록 해주세요.”
30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휘봉고에서 화상회의 플랫폼 ‘줌’에 접속한 조현서 교사(역사과)가 모니터를 보며 말하자, 화면 속에서 학생들의 얼굴이 하나둘 나타났다. 이날 수업 주제는 여성 차별 이슈를 다루는 ‘민주시민교육’으로, 쌍방향 화상수업 방식으로 이뤄졌다. 새달 6일 ‘온라인 개학’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가운데, 휘봉고처럼 원격수업 시범운영 학교로 지정된 학교들은 이날 원격수업을 처음 선보였다. 31일부터 새달 3일까지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수업이 열린다.
45분간 열린 쌍방향 화상수업에는 3학년 학생 180여명 가운데 희망자 100명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마이크를 끈 상태에서 주로 댓글창에 의견을 남겼고, 절반가량은 웹캠을 켜지 않은 채 수업을 들었다. 최경호 교사(체육과)가 함께 수업을 진행했는데도 할 일이 많았다. 한명이 영상자료를 틀면, 다른 한명은 댓글창을 살피며 소통하는 일을 맡았다. 불안정한 인터넷 연결은 예상치 못한 복병이었다. 교사들은 수업자료로 준비한 영상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려고 했지만, 재생시킬 때쯤 “선생님, 안 들려요” 댓글이 달렸다. 최 교사는 영상을 다시 준비하느라, 조 교사는 “영상이 끊길 경우 나중에 다시 볼 수 있는 방법”을 공지하느라 분주했다.
시범학교라는 이름표가 붙었지만, 휘봉고가 원격수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한 기간은 1주일도 채 안 된다. 지난 25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공문을 받은 뒤 부랴부랴 ‘휘봉사이버캠퍼스’ 누리집을 만들어 수업자료를 만들기 시작했다. 교육부는 원칙적으로 ‘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을 권장하고 있지만, 휘봉고는 원격수업의 5%가량만 쌍방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그만큼 쌍방향 수업 준비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바로 옆 교실에선 수학 교사들이 쌍방향이 아닌 단방향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1~2학년 대상의 수학 수업을 촬영하는 모습이 보였다.
시범학교 운영기간 동안에는 원격수업을 최대한 정규수업에 가깝게 실시하되 수업시수로 인정하진 않는다. 원격수업에서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도 참고 자료로만 쓰일 뿐 생활기록부에 기재되거나 점수화되지 않는다. 지필 및 수행평가는 교실 수업이 재개된 뒤에 이뤄진다. “시스템상의 댓글, 과제 제출, 콘텐츠 참여 시간으로 판단”하는 등 출석 확인에도 까다로운 규정이 없다. 개학 연기 와중에 일시적으로 도입하는 ‘비상수단’이라는 점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다만 4월6일 등교 개학이 또다시 미뤄지면, 운영 기간 연장 등 원격수업과 관련한 후속 조처도 뒤따를 전망이다.
당장 보완해야 할 점들도 눈에 띄었다. 29~30일 학교가 전교생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조사에 나선 결과, 참여 학생 209명 가운데 208명이 스마트기기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집에 형제가 있어서 컴퓨터 사용이 어렵다’(2명)거나, ‘휴대폰 데이터가 부족하다’(3명)며 원격수업 참여가 어렵다는 이들도 있었다. 노트북·스마트패드 등 기기 대여를 희망한 학생도 12명이었다. 접근성에서 학생별 격차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30일 서울 동대문구 휘봉고등학교에서 온라인 수업용 영상 촬영이 진행되고 있다.
교사 입장에선 안정적이지 못한 인터넷 연결로 수업이 툭툭 끊길까 봐 걱정이다. 이날 휘봉고의 쌍방향 화상수업은, 임시로 설치한 공유기와 휴대폰의 무선인터넷 연결(테더링)을 통해 이뤄졌다. 학교 내에 설치된 무선인터넷망이 충분하지 못해서다. 조 교사는 “한국이 아이티 강국이라지만, 무선인터넷 시설이 없는 학교가 많고, 교육당국이 (수업에 필요한) 특정 프로그램 활용을 차단한 경우도 있다. 원격수업을 위해서는 이런 체계 정비가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글·사진 박준용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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