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인천국제공항에 한국의 양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서 있다. 연합뉴스
오는 30일부터 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항공편 탑승객은 출발 전 발열 검사를 받고 체온이 37.5도를 넘으면 비행기에 탈 수 없다. 코로나19의 국외 유입을 ‘출발’ 단계부터 틀어막으려는 한층 강화된 조처다. 방역당국은 필리핀이나 타이 등 동남아 국가에서 한국으로 오는 내·외국인도 유럽·미국발 입국자처럼 2주간 자가격리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2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한국에 오는 모든 항공편의 승객은 출발 전 탑승구에서 항공사의 발열 검사를 받게 되며 37.5도 이상일 땐 탑승할 수 없게 된다고 보고했다. 탑승이 거부된 승객의 항공료는 항공사가 환불해준다. 바뀐 방침은 30일 0시 도착 항공편부터, 외국에서 출발해 국내로 오는 국내외 국적의 모든 항공편에 적용된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국내에 취항하는 모든 항공사에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고, 전세계 항공당국 등에 배포하는 전자공고문도 발행했다.
정부가 이런 조처를 내놓은 것은 갈수록 코로나19의 국외 유입·확산 우려가 커지는 탓이다. 이날 0시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19 환자는 전날보다 91명 늘어, 누적 환자 수는 모두 9332명으로 집계됐다. 91명 가운데 국외 유입 사례는 19명(20.9%)이었다. 19명은 모두 내국인으로 공항 검역 단계에서 확진이 13명, 지역사회로 돌아간 뒤 감염 사실이 확인된 경우가 6명이다. 유럽발 입국자가 11명으로 가장 많았고, 미주 지역 7명, 중국 외 아시아 1명이다.
방역당국은 자가격리 의무화 대상 확대도 검토 중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최근 필리핀이나 타이 등 동남아에서 환자 발생이 증가하고 있어 유럽·미국 다음으로 동남아발 입국자에 대한 조처 강화를 논의하고 있다”며 “유증상자는 공항에서 진단검사를 하기 때문에 자가격리 적용 지역 확대를 계속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지속적으로 외국인 입국 금지를 주장하지만 정부는 선을 긋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중대본 회의에서 “전체 국외 유입 환자의 90%가 우리 국민인 점을 감안하면 당장 입국 금지와 같은 조치를 채택하는 데 제약이 따른다”며 “의무적 자가격리를 골격으로 하는 현재의 체계가 철저하게 이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까지 국외 유입 확진자 309명 가운데 외국인은 31명(10%)에 그쳐, 외국인 입국 금지를 하더라도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방역당국은 유럽·미국발 자가격리 대상 입국자가 체류지까지 이동할 때 승용차 이용을 적극 권장하기로 했다. 승용차 이용이 어려운 이에겐 자비 부담을 조건으로 전용 버스나 케이티엑스(KTX) 전용칸 등을 제공한다. 28일부터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사람은 ‘입국자 전용 공항 리무진 버스’를 탈 수 있다. 수도권 외 지역으로 가야 한다면 공항버스를 타고 광명역까지 간 뒤 케이티엑스 전용칸을 이용해 각 지역 거점 역사로 이동하게 된다. 이후 체류지까지 이동할 땐 지방자치단체가 따로 차편을 지원할 계획이다.
한편, 중대본은 “공항 밖 개방형 선별진료소 검사 대상에 유증상자도 포함시킬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유증상 입국자 검체 채취는 공항 안 검역소에서 하고 있으나, 대기 시간이 길고 밀집도가 높아 교차감염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탓이다. 26일 한국으로 들어온 입국자 7443명(내국인 5464명, 외국인 1979명) 가운데 유증상자는 684명이었다.
박현정 노지원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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