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성착취하는 영상 등을 공유한 텔레그램 엔(n)번방 운영자들이 자신들끼리만 따로 모여 수사를 회피하는 방법과 검거 시 유의 사항 등을 조직적으로 모의한 ‘전국 텔레그램 네임드방’(네임드방)을 운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한겨레> 취재 결과, 네임드방에 참여한 성착취 엔번방 운영자는 모두 26명이었다. 이들은 <한겨레>가 지난해 11월 ‘텔레그램에 퍼지는 성착취’ 기획 보도로 엔번방 성착취 실태를 고발한 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한겨레의 침략에 맞서 텔레그램을 지켜야 한다”며 네임드방을 만들었다. 참가 자격은 엔번방 성착취 세계에서 ‘현재 이름있는 방을 운영하고 있는 운영자’다. 다만 경찰 수사의 제1 표적이 된 ‘박사’ 조주빈(24)씨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네임드방 참가자들은 서로 자기 방에 올라온 성착취 영상들을 공유했다. ‘희귀 아청물(아동·청소년물)’이라며 아동 성착취물을 교환하기도 했다. 이 방에 올라온 ‘#거래’ 관련 공지를 보면, 아동 성착취물 등 ‘걸리면 ×되는 건 계좌나 문화상품권으로 사고파는 행동을 절대 하지 마라. 제일 안전한 방법은 물물교환이나 (암호화폐) 모네로’라고 밝혔다. 경찰 수사에 대비해 “수사 기법인 ‘프로파일링’ 개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며 “어휘 사용, 행동 패턴, 용의자 나이대, 직업군에 혼란을 주기 위해 새로운 신원을 만들어 활동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19일 구속된 조씨 역시 텔레그램에서는 40대 이상의 국외 거주자처럼 행동했다.
이들은 검거에 대비한 구체적인 행동 요령도 공유했는데, △경찰 전화가 오면 바로 응대하지 말고 “경찰서 가서 다 말하겠다”며 시간을 번 뒤 증거를 최대한 삭제하라 △디지털 포렌식 수사를 하겠다고 하면 압수수색 영장을 요청하고 영장에 적시된 ○월○일 외에는 이미지, 동영상, 문서 등 아무것도 손대지 못하게 하라 등이다.
이들은 회원들에게 공지할 ‘보안 수칙 지침’도 만들었다. △텔레그램 가입 시 반드시 가상 번호 사용 △‘전화번호 없음’, ‘마지막 접속기록 삭제’ 등으로 텔레그램 보안 인증 △위험한 자료 공유 시 이미지 섬네일 생성 끄기 등이다. 이들은 이 지침을 공유하며 “텔레그램은 정보기관에 사용자 정보를 넘긴 적이 없는데, 대한민국 경찰이 무슨 수로 우리를 검거하겠느냐”며 경찰 수사를 비웃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갓갓’과 함께 가장 먼저 검거해야 할 대상들”이라며 “꼭 잡아내겠다”고 말했다.
김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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