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직원의 허벅지를 쓰다듬었으나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미용업체 대표가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의 판결을 받고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26일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허아무개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허벅지를 손으로 쓰다듬은 행위는 ‘기습추행’으로서 강제추행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미용업체를 운영하던 허씨는 2016년 2월 회식 자리에서 가맹점 직원인 피해자의 볼에 입을 맞췄다. 놀란 피해자가 “하지말라”고 저항했지만, 허씨는 “괜찮다. 힘든 것 있으면 말해라. 무슨 일이든 해결해줄 수 있다”며 피해자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허씨는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을 맡은 창원지법 밀양지원 형사1단독 이승호 판사는 허씨의 강제추행 혐의를 인정하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을 맡은 창원지법 형사1부(재판장 류기인)는 1심을 뒤집고 허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의 허벅지를 쓰다듬은 행위가 강제추행이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강제추행(형법 298조)은 폭행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의 유형력이 행사돼야 성립하는데, 그 정도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허씨가 피해자 다리를 쓰다듬었는데 피해자는 가만히 있었다’, ‘가만히 있다는 것은 성추행이 아니지 않으냐’고 한 동료직원의 진술과 회식의 분위기, 피해자의 반응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피해자의 신체 일부를 만진 행위가 폭행행위라고 평가할 정도의 유형력 행사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볼에 뽀뽀를 당했다’는 피해자의 진술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2심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 행사가 있었다면, 그 유형력의 정도와 상관없이 추행죄를 물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기습추행’이 강제추행에 해당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면서 “추행과 동시에 저질러지는 폭행행위는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여야 하는 건 아니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 행사가 있기만 하면 그 힘의 대소 강약을 불문한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허벅지를 쓰다듬은 행위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이뤄진 이상,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유형력의 행사로서 추행 행위라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성범죄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피해자가 즉시 거부하지 않았다 해도 범죄 성립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신체 접촉에 대해 피해자가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볼 근거를 찾기 어렵다. 노래방에서 여흥을 즐기는 분위기여서 피해자가 즉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해서 피해자가 피고인의 추행에 동의했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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