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들에 대한 차별은 정신장애인과 그의 가족들을 사회 뒤로 숨게 만들고 증상에 대한 치료를 방해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달 발간한 ‘2019 정신장애인 국가보고서 이행상황 점검을 위한 실태조사’를 보면, 지난해 연구에 참여한 정신장애인 가족들은 치료를 거부하는 이유로 사람들의 차별과 편견을 1순위로 꼽았다. 연구 참여자 205명 가운데 50%가 ‘외부로 알려지는 두려움’을 꼽은 것이다. 11년 전인 2008년 정신장애인 가족 67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같은 항목에 ‘병이 잘 낫지 않기 때문’(11.3%)이라는 이유를 가장 많이 택했다. ‘정신질환자로 인식되는 것이 싫기 때문’이라는 이유는 7.3%에 그쳤다. 지난해 조사에서 가족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 역시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68.8%)이었지만, 2008년 조사에서는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함’(17.2%)이 가장 높았다. 11년 사이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강화했고, 이런 현상이 정신장애인들의 증상 치료와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조사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는 이유로는 ‘정신질환자로 인식되거나 알려지는 것이 싫기 때문’과 ‘스스로 노력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을 선택한 정신장애인이 각각 17.3%로 가장 많았다. ‘부담스러운 치료 비용’(13.3%)이나 ‘약에 대한 부작용’(10.7%)이 뒤를 이었다.
비장애인들도 본인들의 편견과 차별이 정신장애인과 그의 가족들을 힘겹게 만든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2008년과 2019년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의 영향을 견준 결과 ‘일반인들의 편견과 차별이 정신질환을 숨기도록 만든다’, ‘정신질환자의 가족임을 숨기게 만든다’는 문항은 4.3점으로 2008년(4점)에 견줘 점수가 가장 많이 올랐다. 반면 편견과 차별이 ‘정신질환자를 공격적으로 만든다’(3.6점)와 ‘정신질환 증상을 악화시킨다’(3.8점)는 점수가 2008년보다 줄었다. 편견과 차별이 문제가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실질적인 해악이 나타나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2019 정신장애인 국가보고서’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 동안 정부와 정신의료기관 등이 정신장애인 인권 보호를 위해 기울인 노력과 정신장애인의 인권상황 변화를 점검하고자 작성됐다. 이번 국가보고서의 책임연구원인 양옥경 이화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10여년 동안 사회 발전으로 사람들이 성숙해지면서 정신장애인에 대한 지식과 정보량은 많아졌지만 관계적 측면에서 편견과 차별은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며 “정신장애인들과 일상적인 만남을 갖는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사회적 거리감을 줄이는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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